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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n 28. 2022

밥의 의미

자녀와의 대화2

매일 먹는 밥!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밥을 먹고 있다. 그 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건 아이를 낳아 키우면 서다.


한 번도 누군가 차려준 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어릴 때도,

사춘기에도,

청년기에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엄마가 늘 아침이면 “밥 차려 두었다. 꼭 먹고 가라.” 하셨던 그 말이 기억이 난다. 일을 하러 가시면서 학교에 갈 우리 자매들을 위해 늘 이른 새벽에 국, 밥, 반찬을 정성껏 차려주셨다. 그 수고가 어떤 것인지, 자식에 대한 사랑의 한없는 표현이었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어쩌면 엄마가 주는 밥은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도 부모의 사랑을 다는 이해 못 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맞다. 요즘도 순간순간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가끔 너무 죄송하고,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늘 너무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내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에 미치지 못해서.. 모든 자식이 그렇겠지만..


요리와는 멀던 내가 32살에 결혼을 하고, 33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사실 그전까지는 요리도 해 본적이 거의 없고, 누군가가 만들어 준 식사만 했던 나!! 그런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찌해야 하는 것이 모르는 것이 100%였다. 내가 의지한 것은 검색, 그리고 블로그ㅋㅋ


요리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집안일 아니 끝이 안나는 집안일도, 직장일도 내게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실 내가 받은 것처럼 내 아이에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해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자랄 때도 돌아가서 그때 했던 일들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아마 도망을 갈 것 같다. 그럴 정도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말 힘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며 그 일을 어찌했는지 나 자신이 대견하다. 그렇다고 지금 일이 줄어든 것 아니다. 그 때와 같은 종류와 다른 종류의 일들을 매일 반복하고, 또 다른 생애 발달 주기에 서 있는 나와 아이들을 발견하다.


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정말 모든 원재료를 구매하여 직접 만들어 주고, 밀키트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집 밥을 제일 좋아한다. 엄마가 해준 밥!! 그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고 고맙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처럼 그럴 때가 자주 있다. 아이의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힘내라고 위로해 주곤 했다. 그랬더니 공부가 힘들 때면 서연인 “엄마~~ 엄마표 김밥 먹고 싶어요, 치킨 먹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소통을 아이와 할 수 있어서 내가 하는 수고가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렇게 내가 엄마에게 받은 밥을 통한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밥은 사랑의 전달 수단이자 소통의 수단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밥을 통해 우린 마음을 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나는 각서 한 장에 서명을 했다. 아들이 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의 주내용은 “육개장이 먹고 싶다.”


밥 대신 라면을 달라는 거다. ㅋㅋ 그래서 밥을 먹고 육개장 반만 먹자라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단다. 저녁 식사로 육개장을 먹겠다는 거다. 여행을 가서 먹었던 육개장 맛이 너무 좋았나 보다. 그 이후 종종 말하고 찾아서 아빠가 몇 개 주문해 숨겨둔 그 물건~~ 그러더니 엄마 마음 또 변해서 밥 먹으라고 할 거니까 각서에 서명하란다. 그래서 내일은 육개장만 주고,  절대 밥 안 주겠다며 서명함~~ 기분 좋은 각서다. 출근해서 동료들에게 각서를 보여주었더니 아들이 너무 귀엽단다.



그리고 오늘 엄마는 출근 전에 보온 도시락 두 개를 정성껏 싸 두고 출근했다. 첫 째는 먹고 학원에 갔고, 둘 째는 영어 숙제할 때 엄마가 퇴근해 도착. 오자마자 재원이에게 “육개장 맛있게 먹었어?”라고 묻자 아빠와 재원이가 놀란다. 깜박했다는 것. 너무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먹었단다.


“엄마가 각서 서명했잖아~~ 육개장 먹어야지?”라고 말했더니,


“아~~ 맞다. 잊어버렸네. 이제 먹어야겠다.”라고 말하더니 진짜 육개장 한 개를 다 비우셨다.

요즘 둘 째는 부쩍 많이 먹는다. 크려나 보다.


육개장을 간절히 찾지만 집밥을 좋아하는 둘 째도, 집밥이 좋다는 첫 째도 언젠가는 밥으로 전해졌던 사랑을 알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인생길에 힘이 들 때면 밥으로 전해진 그 사랑이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또 그 사랑을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나눠주며 나눔의 행복으로 살아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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