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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n 28. 2022

친구랑 놀기 싫어!!

자녀와 대화1

일요일 오후 예배를 드리고 와서 고등어조림, 소시지 볶음에 맛있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린 3시까지 쉬기로 했다. 주말마다 나가서 친구들과 오후 내내 놀고 오던 아들이 2주 전부터 조금 달라졌다. 전화를 걸어서 친구와 놀자고 하지도 않고, 오는 전화를 받아도 나가기를 머뭇거리다 나갔다. 그러더니 지난주에는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놀고 싶지 않아."라며 전화를 끊는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잎 클로버를 함께 찾으며 몇 시간씩 같이 노는 아들의 단짝 여자 친구가 전화를 걸어서 놀자고 했다. 정말 가장 자주 만나고 뭔가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라며 좋아하고, 항상 더 놀고 온다는 전화를 할 정도로 좋아하는 친구다. 그런데 거절이라니? 충격이었다.


옆에 있던 아빠가 서율이랑 나가서 놀고 오라고 계속 권했다. 그런데 아들이 서율이의 제안을 2번이나 거절했고 아빠가 계속 권하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편과 나는 집 앞에 야채가게 가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아들에게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으니 콩나물국과 소시지 볶음 더 먹고 싶다고 했다. 점심에 소시지 볶음이 부족했나 보다. 그러면서 "도와줄 거 없어요?"라고 물어

 "콩나물 다듬어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물론이지요. 오늘은 제가  혼자 다 다듬을게요. 콩나물 주세요."라고 말한다.

콩나물을 건네주며, 늘 주말이면 날 도와주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나가서 놀았는데 오늘은 여기서 날 돕겠다고 하는 거 보니 뭔가 힘들거나 불편하게 생긴 거 같았다.


나는 싱크대 앞에서 브로콜리를 씻고 다듬으며 콩나물을 다듬는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가 자꾸 나가서 놀라고 해서 속상했어요?"

"네. 나가기 싫었어요."

"요즘 재원이가 서율이랑 노는 게 싫어졌나 봐요?"

"음.. 좀 그래요."

"음.. 아까 통화하는 거 보니까 서율이한테 다른 친구들 있냐고 묻고, 누구냐고 자세히 묻던데요?"

"맞아요."

"서율이가 너무 여러 친구랑 놀아서 재원이는 새로운 친구들이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어요?"

"재원 말 듣고 생각해 봤지요."

"너무 여러 아이들이랑 노니까 그 친구들은 내가 잘 모르고 친하지도 않고, 서율이랑도 재미있게 못 노니까 싫었어요."

"아.. 정말 그랬겠다. 엄마도 재원이 마음 알 것 같아요. 다음에도 혹시 그런 부분이 부담이 되면 놀지 않아도 되는데, 서율이한테 재원이 마음을 잘 표현해봐요. 그럼 서율이가 이해해 줄 거예요."

"어떻게 말해요?"

"음.. 서율아! 난 너랑 친한데 다른 친구들은 아직 잘 모르고 어색해서 너무 여러 친구랑 노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 너랑 더 많이 놀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일요일엔 안 논다고 한 거야. 다음에는 둘이 더 많이 놀자."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씩 웃고, 미소 지으며) 알았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하기 싫은 걸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재원이 마음을 잘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엄마, 아빠도 재원이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어요?"

"네~."

"꼭 해야 하는 것은 싫고 힘들어도 참고해야 할 때가 있지만, 그 외의 것은 하고 싶지 않을 때 그 이유를 잘 표현하고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다음에는 부담 갖지 말고 그렇게 하세요."

"(얼굴에 미소 가득)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나자 아들 얼굴이 환해졌다. 아들은 아주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예민하고 꼼꼼하며 규칙을 아주 잘 지키는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남자 아이라 딸과 달리 유난히 뭔가 활동적인 것을 많이 하고 많이 움직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다른 집 아들들과 비교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 얌전한 편 ㅋㅋ 딸과 비교해서 그렇게 느껴진 것!!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아들은 남자아이들의 문제 행동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했고 거칠게 노는 것을 싫어해서 여자 친구들과 주로 놀았다. 모든 미술활동이나 조형 활동 등을 할 때면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 작업을 했다. 참여수업을 할 때도 아들과 나는 늘 마지막까지 작업을 했다. 그런 아들이라서 친구를 사귈 때도 여자 친구들이 많았다. 2학년부터 남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지만, 주변에는 항상 여자 친구들이 많았다.  3학년이 돼서 남자 친구들과 노는 빈도가 늘었고 마음이 맞고 성향이 비슷한 친구도 사귀었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이런 변화가 있어서 소심한 성향이 조금씩 변화하고 달라지고 있고 친구들도 다양화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시도하면서 아들은 조금 힘들었나 보다. 내성적 성향이 짙은 아이라 그럴 만하다. 오늘 아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대화를 나누고 나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것도 가끔은 잠시 쉬어가야 할 때가 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면서 말이다. 내성적인 아들이 너무 외향적으로 매주 바깥 놀이를 하더니, 이제는 집에서 충전할 때인가 보다.


오늘은 열심히 콩나물을 다듬어 주고, 쇼핑 카트에 담요를 깔고 딸기를 태워주며 놀아주고 있다. 보자기를 꺼내다 딸기에게 먹이 찾기 놀이도 해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하는 누나 방에도 딸기를 데리고 가며 누나랑도 자연스럽게 놀고 있다.


시금치나물 무치는 엄마 옆에서 소금도 뿌려주고, 참기름도 둘러 주며 간도 봐주며 껌딱지가 되어 바닥난 에너지를 채우고 있다. 아들의 이런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며 그 변화의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자신의 에너지가 바닥난 걸 몰랐나 보다. 이렇게 쉬며 에너지를 채우고 나면 다시 나가서 신나게 놀게 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은 걱정보다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를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이 답을 찾는 길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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