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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n 29. 2022

친구가 싫어!

자녀와의 대화 3

어제 아들과 침대에 누워 하루 일과를 정리하며 대화를 나눴다. 열린 창으로 비가 그친 후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아들은 그 바람이 좋은지 창가에 서 있다 침대에 누웠다.


아들에게 먼저

“오늘 학교 어땠어요?”

“음~ 승우가 젠가 하고 있는 내 등을 누르고 일어나서 기분이 상했어요.”

“그랬구나. 승우한테 재원이 기분 상한 이유는 말했어요?”

“아니요. 말하기도 전에 가버렸어요.”

“오늘은 정말 승우 때문에 엉망이었어요. 젠가 놀이하는데 승우가 블록 던져서 다 무너지고.”

“아~ 속상했겠다.”

“승우는 항상 놀이에 끼워주면 팀으로 나눠서 할 때 다른 팀 블록을 무너 뜨러서 그 팀 친구들이 우리 팀한테 화나게 하고, 팀 구성할 권한이 있는 친구가 승우를 선택해 주지 않으면 주변을 돌면서 계속 방해하고.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팀을 구성할 권한을 가진 친구는 어떤 친구예요?”

“제일 먼저 놀잇감을 선택한 친구예요. 저는 밥도 천천히 먹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먼저 놀잇감을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승우를 껴주고 싶어도 안돼요. 승우는 가끔 블록으로 다른 친구들이 만들지 못하는 멋진 걸 만들어요.”

“와~ 재원이가 승우의 좋은 점을 봐주고 있어서 좋네요. “

“승우는 아홉 손가락이 없고 한 손가락도 엄청 짧은데도 잘 만들어요.”

“와~ 승우 멋지다. 재원이가 승우의 좋은 점을 스스로 찾았으니까, 다른 좋은 점도 찾아봐요. 좋은 점을 찾고 생각하다 보면 가끔 상대방을 더 기다려주게 되고 좋아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음~ 엄마도 가끔 누나나 재원이가 약속 안 지키고 그럴 때 화가 나는데, 그럴 때면 재원이가 안마해준 거, 예쁘게 인사해 준 거, 딸기 잘 돌봐준 거, 누나한테 양보한 거, 거실 정리해준 거, 엄마 잘 기다려 준 거. 이런 걸 생각해 보거든. 그러면 화가 가라앉고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하고 재원이랑 누나를 이해하게 될 때가 있었거든.”

“아~ 승우는 이해하기 힘들 때가 더 많아요. 매일매일 선생님도 승우가 말썽 부려서 복도에 나가서 따로 얘기하고 들어오시고, 다른 친구들도 승우가 괴롭힌다고 선생님한테 자주 말하고. 그래도 승우의 좋은 점을 찾아보려 노력해 볼게요.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 찾아본다니 엄만 너무 좋은데. 기대된다.”(함께 웃음)


흔히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가끔은 해결책을 줄 수 없을 때도 있다. 아마 앞으로는 더 그럴 거다. 그래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고,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다른 친구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수 있으면 그 대화는 성공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아들과 하루를 마무리하며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아 주는 아들이 고마웠다.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만, 답을 찾아 주기보다는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이고 싶다. 대화를 자주 나누다 보면 아들도 언젠가를 스스로 관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며 건설적인 답을 찾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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