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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l 01. 2022

떼 부리는 엄마, 달래는 아들

자녀와의 대화 4

어제는 퇴근이 늦었다.

학부모 상담으로 생각보다 많이 늦었다. 7시 40분 퇴근. 둘째가 오래 기다릴까 걱정이 되었는데 스스로 약속한 과제를 하며 의젓하게 잘 기다려주어서 놀랐다.


오는 길에 조금 지쳐서 누구에게 그냥 내 상태를 말하고 싶었던 마음이 찾아왔다, 늘 퇴근 시간이 되면 먼저 전화를 걸어주던 둘째가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둘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로 재원이 목소리가 들린다.


“재원아~ 엄마야.”


“왜 이렇게 늦어? 어디야?”


“아~ 많이 늦었지? 미안해요. 지금 출발했어요. 미안.”


“응. 나 지금 숙제 다 하고 쉬고 있어. 엄마 오면 확인해주세요.”


“와~ 고마워요. 오늘 엄마가 상담도 치료도 많아서 조금 늦었어요. 힘들어서 재원이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요. 전화 통화해 주니 고맙네요.”


“그래~ 얼른 와.”


“응~ 엄마도 힘들다고 떼 부리고 싶어.”


“엥?”

“엄마가 떼 부리면 어쩔 거야?”


“음.. 모르겠어. 이따 만나.”


그리곤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던 우리 아들~~


집에 왔더니 반려견 딸기가 제일 반긴다. 현관까지 달려와서 꼬리를 흔들고 온 몸으로 인사를 한다. 너무 이쁘다. 서연인 학원에서 막 도착해 쉬고 있었다. 두 녀석 모두 무심하게 “엄마 왔어.”라고 인사한다. 딸기가 자식보다 낫다 싶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 하나보다.


남편이 볶음밥을 차려 주었다. 재원이가 옆에 앉아서 김에 볶음밥을 싸서 입에 넣어준다. 심지어 손에 김의 기름이 묻는다며 아기 손 닦이 듯 물티슈로 내 손을 닦아주기까지 한다.

뭔가 입장이 바뀐 듯, 어색하지만 괜찮았다.

아니 행복했다.

물도 갖다 주고, 옆에 앉아 안아주고 ㅋㅋ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엄마가 걱정되었던 것 같다.


배고픔이 사라졌다.


지친 마음이 무언가로 채워졌다. 떼 부리는 엄마를 달래주는 아들!!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마음의 허기도 채웠다.


그리고 재원이의 과제를 점검해주며 꼼꼼하게 잘해둔 부분을 칭찬하고 아빠한테도 자랑까지 해주었다. 재원이도 무언가 채웠다. 서연이는 엄마 요청 전에 스스로 할 일을 하고 딸기 배변 실수도 처리해 준다. 고마웠다. 무언가 내가 해야 할 수고를 덜어 주는 이 두 녀석이 말이다. 늘 수고를 더 해주는 녀석들인데 엄마가 피곤해 보였나 보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보듬어주며 살아간다. 아이와 어른이지만 그 사랑의 크기와 표현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사랑이 있기에 엄마는 다시 웃는다. 부모의 감정 표현이 아이와 소통의 재료가 되었다. 무겁지 않지만 내 아이의 표현 방식을 모방한 부모의 감정 표현 방식이 아이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부모지만 자녀에게 내 감정을 나눌 수 있고, 나눌 때 아이의 표현을 닮아가며 아이가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떤 공감적 반응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이 과정이 쌓여 “우리”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 모습이 고맙고, 따뜻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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