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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녀부장 Mar 31. 2016

어색하게 듬직하게

카톡에서 어색한 인사를 나눈 후, 홍콩 도착 이틀째 한인성당에 가기 위해 그를 만나게 되었다.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나와 여유롭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말끔하게 생긴 그는 한 눈에 봐도 한참 어린 동생이었다. 그가 그렇게 누리는 여유를 나는 제대로 누리는 경우가 많이 없었으므로, 첫 눈에 그에게 믿음이 갔다.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3년 일했고 홍콩으로 옮겨온 지는 2년 정도 됐다고 했다. 


어색하게 같이 미사를 드리고는 바로 헤어졌고, 일주일 뒤에서야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날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이 해피밸리에 있는 딤섬 레스토랑 예만방. 한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곳이라, 이곳에 가면 늘 어디선가 한국말을 들을 수 있다. 이 곳의 딤섬은 속에 들어간 재료가 신선하고 엄청나게 알차다. 촉촉하고 통통한 새우가 금방이라도 펄떡거리며 뛰어오를 것만 같아 한 입 베어 물기가 미안할 지경. 맛집에 왔으니 이것저것 시켜놓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밥도 한 끼 하고 차도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으니 그제서야 조금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았고, 그 후 우리는 꽤나 가까운 사이로 지내게 되었다.


그는 대체로 매사에 신중한 편이었고, 시간을 쉽게 낭비하지 않았고,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가 지나온 길지 않은 시간들이 삶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를 잘 설명해줬다. 베이징에 머물렀던 기간이 3년 남짓이라고 했으나 그는 유창한 만다린을 구사했다. 가끔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는 중국식 레스토랑에 함께 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매우 듬직했고 심지어 빛나는 존재였다. 생각해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일상어를 능숙하게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것도 4성을 가진 중국어.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까 쉽게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당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던 그는 곧 하얏트 호텔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만의 고유한 운영방식을 경험했고, Global Chain 호텔에서의 경험을 쌓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좋아서,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조금은 늦은 감이 있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스위스 유학을 결심했고, 그 이후 큰 흔들림 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쉬는 날이면, 홍콩 여기저기를 탐방하는데도 열심인 그는 나를 홍콩이 가진 큰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인도했다. 홍콩은 빌딩 숲만 빼곡히 들어찬 그런 곳이 아니었다. 도심 한 가운데서 살짝만 비켜서면 수많은 하이킹 트레일이 옆에 있었다. 


한결같고, 듬직한 마이크, 그와 함께 혹은 조금 뒤에 뒤쳐져 걷고 또 걸었던 하이킹 트레일들. 

그 하이킹 트레일을 지치지 않고 한결같은 속도로 걸어가던 그의 모습.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 또한 그러하리라. 


글로벌 시티의 대형 호텔에서 쌓은 경험을 가지고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 작은 호텔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마이크는 하루하루 그 계획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방향감각이 분명했고, 그 방향을 향해 항상 계획하고, 실천했고 하루하루 변화하고 있는 그의 일상에 감사할 줄 알았다. 스스로 움직여야만 그만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 나는 그를 만나며 나 자신이 자주 민망하기도 했다. 

나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나? 나의 그 계획들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던가? 나는 여전히 철 없이, 꿈만 꾸고 있는 건가...


오래도록 알고 지내고 싶은 친구가 생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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