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여러 종류의 시간 감각을 지니고 산다.
신체나이, 정신나이,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춰버린 마음의 나이.
대개 그러하듯이, 내게도 어느 순간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해져 버린 내 마음의 나이가 있다.
서울에서는 내 마음의 나이가 불쑥불쑥 눈치 없이 드러나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사실 아주 자주 그랬다. 홍콩에서는 나는 그런 쓸데없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여기서는 지금까지 내가 속해왔던 social circle과는 사뭇 다른, 다양한 circle에 속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무작정 club 가서 친구를 사귈 정도로 호방한 성격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방법이야 많겠지.
분명 홍콩섬 여기저기, 구룡반도 여기저기 내 친구가 되어 줄 이들이 있을 거야... 앗. 그렇구나... 나는 벌써 두 명의 친구를 소개받았다.
내가 무척이나 애정하는 회사 후배가 내 종교생활이 타지에서도 순조롭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홍콩에 단 하나 있는 한인성당에 다니고 있는 그녀의 한 다리 건너 알고 있는 후배를 연결시켜줬다. 그리고, 이모의 뒤늦은 외국 생활을 응원하며, 조카가 소개해준 그녀의 선배 언니. 아마 그녀와 함께라면 홍콩에서 원 없이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거라며.
달랑 두 명, 그것도 세대차가 나도 한참 날 법한 어린 한국 친구 두 명.
그런데, 홍콩이란 곳은 알고 보니 참 신기한 곳이라 이 두 명으로도 너무나 충분했다.
이들을 통해, 이어지고 이어진 수많은 인연들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들을 통해, 홍콩은 나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