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1일, 벚꽃이 만개해 이제 눈꽃처럼 날리며 지는 길을 걷는다. 집에서 갔다가 오는 시간은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이맘때의 봄이면 매번 걸었던 길이다. 벚꽃이 무성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다. 홀로 이름 짓기를 명지 힐링 로드,명힐로 이다.
길 반대쪽에 바다가 있고, 숲이 있고, 벚꽃길이 있고, 다음에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도로 옆에 아파트가 조용하게 자리하고, 인근에 철새도래지인 만큼, 철새 조망대도 있다. 그런 길을 걸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조용한 산책이 즐겁다. 이 길을 걸으면 걱정은 사라지고 행복한 생각만 든다. 그래서 오늘은 장범준의 벚꽃엔딩을 반복해서 들으며 2시간을 걸었다.
걸으면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곳에 이사 온 지가 1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휑했던 이 바닷가 길이 이처럼 아름드리 변했다. 10년 뒤에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걸을까?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손녀가 영어공부를 시작한다는데 나도 영어 화화 공부를 시작해서 10년 뒤에 손녀와 미국 여행을 다녀올까? 그림을 열심히 그려서 10년 뒤에 전시회를 열어볼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 발이 불편하다는 아내의 신발을 당장 사러 갈까? 내년 봄에도 이맘때 이 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