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생존의 위기

공사 특정직 주임의 생존기

by 김정우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얼마간의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갖게 하는 기능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은 별 탈없이 잘 보내길 바라는 마음 같은 것이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는 바쁘거나 일이 많은 경우다. 바쁘면서도 일이 많이 쌓이면 더 큰 스트레스가 온다. 또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다.


지난해 9월경에 갑자기 어깨를 중심으로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멈춰지지 않아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병명은 부정맥이라 한다. 심장이 정해진 회로를 따라 뛰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회로를 만들어 뛰어서 맥박이 높아져 몸이 떨린다고 한다. 약물치료로 완치는 되지 않고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하고 잘못되면 피가 뭉쳐져서 뇌를 통과하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올 수 있다고 해서 약물 치료하면서 경과를 보자고 했다. 이 모든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직장에서 5년 동안 혼자 바쁘게 일하면서 일로 받은 스트레스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하는 고객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 소통이 잘 안 되어서 힘들게 하는 일부 직원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1년마다 상담실장들이 연수원에 집합해서 교육받는 동안 실장님들이 그렇게 혼자서 1년에 200건 넘게 일을 많이 하다가는 스트레스 받아서 병나겠다고 위로받았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 병이 나버린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부정맥은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직업병이다. 내가 이 일을 안 했으면 병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긴 시간을 통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동안에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도 발생해서 뇌 MRI 등 추가검사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뇌에는 이상증후가 없었다. 부정맥에 대한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장대동맥이 정상보다 2배 이상 커지는 대동맥류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선천성휘귀병인 마르판증후군인지 검사도 하게 되었는데 선천성은 아니고 65세 이상이 되면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찢어지거나 파열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유전되는 선천성 희귀병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문제인지 나이 들어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삶이 끝날수도 있겠다 싶어 정리해야 할 것은 해야 되나 싶었다. 연말에 근무계약이 끝나면 수술하겠다고 의사와 약속하고 마음을 추슬러 조심조심 일을 하고 있다.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어 혈압과 맥박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큰 무리를 안하고 나중에 수술만 하면 다시 건강해진다는 믿음에 하루하루 예전처럼 지내고 있다. 12월까지 월급과 실여급여가 작은 돈이 아니라는 나에게 한 친구는,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뭐 중요하냐며 지금 빨리 수술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고 건강검진도 빠짐없이 하고 있어 건강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의 상실감은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의사선생님은 갑자기 상태가 심해질수도 있으므로 경과를 잘 지켜보기로 하고 평상시처럼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도록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사는 웰다잉과정을 공부했고 어르신들에게 강의도 많이 한 경험이 있어 두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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