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사하는 문화, 인사 안하는 문화
공사 특정직 주임의 생존기
은행에 근무할 때는 내가 다니던 은행만의 문화가 있었다. 은행과 은행끼리 합병하는 경우에도 각 은행만의 문화가 달라서 합병 후 첫 프로젝트로 직원들을 통합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직원들끼리 연수원에 모아서 팀빌딩이라는 단합게임같은 것도 했다. 33년 근무했던 은행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고객만족과 직원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고객만족은 기업마다 당연한 가치이지만 직원들 간의 만족을 위한 문화 덕에 나는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함이 많은 나였지만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동료직원들이 마음으로 물질적으로 도와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기억이 너무 많다. 그때 선배들이 은행 떠나면 은행 쪽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농담으로 했던 말을 기억하지만 나는 지금도 즐거운 마음으로 은행을 찾아간다. 은행에 근무할 때는 언제 어느 때 동료를 만나도 진심으로 반갑게 인사하는것이 몸이 배어 있어서 만나면 즐겁다.
공사의 첫 근무지에서 느꼈던 것은 직원을 만나도 인사를 잘 안 하는 직원이 많았고 말을 걸어도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는 직원들이 많음에 놀랐다. 젊은 직원만 그런 게 아니라 관리자인 나이가 있는 직원들도, 임금피크제를 하고 있는 분들의 연배가 50대인데도 이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지사에 계시는 분은 한 번도 인사를 먼저 한 적이 없고 내가 먼저 인사해도 마지못해 겨우 하는 정도이다.
우리 지사에 근무하면서 인사이동으로 저와 세 번이나 같이 근무한 과장은 먼저 인사하는 적인 없어 내가 먼저 빠짐없이 인사했더니 4년째 되는 해에 먼저 인사를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인사발령되어 갈 때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갔다.
본사 높으신 분이 오신 경우나 본부 직원들 대부분도 지사에 와서 다른 직원들은 만나도 나는 그냥 지나치고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직원들 간의 인사는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고 같이 일하고 한 공간에서 함께한다면 존중하고 위하고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감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MZ세대들은 다 그렇다고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지사가 처음 생겨서 근무할 때 10명에서 15명 사이의 인원이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는 직원의 반 이상이 근무 중에 만나도 인사나 목례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나는 꾸준히 먼저 인사를 했다. 그 이후에 점차 인사를 하게 되어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건 올해 새로 오신 지사장은 만나면 멈춰 서서 인사하고 가시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인턴 4명이 새로 왔다. 인턴이 올 때마다 첫인사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공간에서 일하니 아침저녁으로 인사하고 지냅시다. 우리 지사를 거쳐간 많은 인턴 중에서 공사에 합격한 사람은 인사 잘하고 청소 잘하는 두 명뿐이었다."
아들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왜 그렇게 인사에 집착하시느냐고. 그렇지만 꼰대라도 좋다. 고객과 직원에게 인사 잘하는 회사치고 잘 안 되는 회사 있나 봐라. 존중받아야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아야 내 능력이 100% 200% 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