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깨진 조각들의 완성

삶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그 상처를 치유할 재료도 함께 건넨

by 월하시정


삶은 때로 산산이 부서진 유리창 같아서,

햇빛이 비출 때면 그 파편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빛을 내뿜는다. 깨진 조각들은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빛을 기꺼이 발산한다.

우리는 그 파편들을 주워 모으고, 그 조각들 사이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한다. 부서진 것들 속에서 오히려 온전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삶이 주는 역설일지도 모른다.

*산유경 (散遺景) *
破片映日光 (파편영일광)
片片異彩揚 (편편이채양)
拾得傷痛裏 (습득상통리)
全形在散場 (전형재산장)


부서진 조각에 햇빛 비추니,
조각마다 다른 빛나네.
아픔 속에서 주워 모아보니,
흩어진 자리에서 온전함을 찾네.

유리조각의 노래
너는 아직도 그 아픔을 들고 있느냐,
손바닥 위에 박힌 유리조각처럼.
피는 멈췄어도,
그 상처는 여전히 투명하게 빛나지 않는가.

모아 둔 것들, 버린 것들,
모두 네게로 돌아오는 날,
너는 비로소 알게 되리라.
깨진 것들 사이에서야 진짜 모습이 보인다는 걸.
---


흩어진 것들의 합주
어린 시절, 할머니는 깨진 접시를 버리지 않으셨다. 대신 그 조각들을 이어 붙여 다시 그릇을 만들었다. 금이 가고 흠집 난 자리에는 옻칠을 하여 더 단단하게 다듬었다.


그 그릇은 새것보다 아름다웠다. 금이 간 자국마다 시간의 무게가 스며 있었고, 그 흔적들은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말해 주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실패와 상처, 좌절과 후회는 우리를 부수지만, 그 파편들을 주워 담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더 풍요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깨진 조각들은 결코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조각들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재료가 되거나, 혹은 우리 안에 잠든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우는 씨앗이 된다.

금전 (金塡)
裂處金漆補 (렬처금칠보)
缺形反更妍 (결형반경연)
人生亦如此 (인생역여차)
傷後美方全 (상후미방전)


깨진 곳엔 금으로 메우니,
이지러진 모습 더욱 아름답네.
인생 또한 이와 같아,
상처 뒤에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완성되네.

파편의 미학
너는 왜 조각난 것을 두려워하느냐,
온전하지 못함이 부끄러우냐.
모든 완성은 깨짐에서 시작되고,
모든 아름다움은 금 가운데 피어나는데.

저 멀리, 바다 속 조약돌들도
갈라지고 깎여서 비로소 반짝이듯,
너의 상처도 언젠가
빛으로 변할 날이 오리라.

월하시정
---
역설의 완성

깨진 조각들이 모일 때, 그것은 더 이상 파편이 아니다. 새로운 형태로 태어난다.

우리의 상실과 아픔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는 고통스러운 조각이지만,

모아 보면 새로운 의미를 이룬다.

우리는 흩어져야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고, 부서져야 진정한 강함을 알게 된다.

삶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그 상처를 치유할 재료도 함께 건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재료를 주워 모으는 일뿐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라.

깨진 조각들 사이에서,

너는 이미 완성되고 있다.

#산문 #에세이 #수필 #파편 #조각 #완성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침묵의 잉크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