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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가는 푸름

땅이 속삭이는 영원한 노래

by 월하시정


낙엽이 땅에 닿는 순간,

"잠시만, 나의 여행은 끝난 게 아니야" 라는 속삭임이 바람에 실렸다.


푸르름은 죽지 않는다.


단지 고향인 흙의 품으로 돌아가 잠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땅속 어둠은 생명의 요람이 되고, 썩어감은 가장 아름다운 변신의 의식이 된다.

*낙엽의 변주

푸른 꿈이 황금빛으로 물들 제 /

가지 끝에 영혼의 발자국 스민다 /

흙으로의 귀향은 끝이 아닌 시작 /

허물어짐이 빚는 가장 우아한 춤사위 /

썩어가는 것들 속에서 /

영원의 싹이 눈을 뜬다

월하시정

땅속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죽음은 고독한 마감이 아니라 생명의 손수건을 건네는 의식" 이라 말한다. 썩은 나뭇가지에 새뿌리가 스며들고, 낙엽 더미 아래서 버섯 군집이 반짝이는 별처럼 피어난다.


*균사체 네트워크*는 죽은 자의 유산을 산 자에게 전하는 지하 은행이자, 생명의 비밀 편지를 나르는 사랑의 연락망이다.


한 그루 떨어진 나무가 해충의 공격을 알리는 경고 신호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자연의 선언이다.


인간은 썩음의 냄새를 두려워하지만,

장미는 썩은 비료를 먹고 핀다.


"부패는 땅이 창조한 영원회생의 마법" 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방울엔 공룡의 눈물이, 내쉬는 공기엔 고대 삼나무의 마지막 숨결이 스며있다. 죽음이 없다면 숲은 낙엽 더미에 묻히고, 바다는 죽은 플랑크톤으로 뒤덧일 것이다.


歸 土

青青歸土豈零落

大塊懷春孕靈胎

莫向秋空悲落葉

明朝新綠破雪來


푸르름 흙으로 돌아가도 어찌 시들리오 /

광활한 대지는 봄을 품고 영혼의 씨를 잉태하네 /

가을 하늘에 지는 잎 슬퍼하지 말라 /

내일 아침이면 새 푸름이 눈을 뚫고 오리.

월하시정


어느 겨울날, 얼어붙은 땅을 뚫고 솟은 새순은 "죽음은 생명이 입는 가장 오래된 의상" 이라 속삭인다. 그 작은 싹은 삼엽충의 화석 위에서, 매머드의 상아 자리에서 피어났다.


땅속에서 천년을 잠든 연꽃 씨앗이 다시 꽃피울 때, 우리는 "소멸은 영원을 위한 준비운동" 이란 진리를 본다.


낙엽 무덤 위에 핀 민들레 한 송이가 바람에 흩어지며 남긴 말 : "우리는 땅에게서 빌렸던 몸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땅은 영원히 새로운 생명을 빚어낸다."


흙으로 스며든 푸르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별이 되어 땅속 밤을 수놓거나,

강물이 되어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거나,

아이의 웃음소리가 되어 공중에 맴돌 뿐이다.


생명의 마지막 잎새가 땅에 닿는 순간,

*그것은 동시에 첫 씨앗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이중의 탄생을 이해할 때,

우리는 흙을 밟는 발아래서 영원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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