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속도 강박자의 고백

수업을 듣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by 반스

속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우물쭈물 고민할 시간에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다.


"많이 시도하라. 양이 쌓이면 그것이 곧 질이 되는 시점이 온다."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행동 전에 가장 많이 생긴다. 일단 시도하라."


빠르게 실행하기가 성공을 만든다는 논리다. 그것도 많은 시도가 쌓여야 한다. 내가 가진 성향과 '빠르게 실행하기'가 잘 맞았다. 그런 도전을 기록한 것이 나의 첫 책이 되었을 정도다. ([마흔이지만 오늘도 쑥쑥 자랍니다] 2022) 하지만 핀트를 다르게 이해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아차렸다. 많지 않을 나의 독자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성취라는 것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킨다. 속도감 있게 시도한다. 움직이면서 디테일을 확인한다. 되돌아보고 방향을 다시 잡는다. 축척하면서 성과를 낸다'


예전에 읽었던 자기 계발서를 다시 보니 '성공하는 법'에 대해 이런 정의가 있었다. 왜 그때의 나는 '속도감 있게 시도한다'만 취했을까?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깊이 없이 시도하고 빠른 마무리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왔다. 그 사이에 몇 가지는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서 작은 성과(부동산투자, 책출간)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성취가 그다음 스탭으로 넘어가지는 못했다. 그것으로 끝. 또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빠르게 실행하기'만 전부라고 생각했고 '빠르게 대충 마무리하기'로 쉽게 우회했다. 양이 쌓이긴 했지만 그만큼 그저 그런 것들 뿐이었다. 글쓰기도, 일도, 삶도 그렇게 해왔다.


'자기 정리의 부재'

속도강박에 쌓여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수업만 듣고 자기 소화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학생처럼 말이다. 진짜 공부는 수업에 배운 것을 자기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즉, 이후 혼자 궁리하고 다시 풀어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 경우는 수업만 듣고 공부했다고 나 자신을 위안했다. 글쓰기도 써재끼기만 하고 퇴고도 제대로 안 했다. 일도 이것저것 벌려놓고 정리를 안 하고 다른 일로 넘어가버리기 일쑤였다. 진짜 공부의 시간을 갖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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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서 기록하고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다.
빠르게 일을 해나가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면서 그 과정을 글로 남기는 건 어렵다.
딱 덮어버린 일을 다시 들춰서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지난한 과정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위에서 공통된 것은 무얼까? '기록으로 정리하면서 돌아보기'이다. 이 과정은 꼭 필요하다. 어떤 과정에서도 말이다.


쌓아놓기만 하는 것은 실력이 되지 않는다. 쓰레기만 쌓이고 실패의 경험만 쌓인다. 그 더미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이젠 속도 강박에서 벗어나서 질을 쌓아 올릴 때이다.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기로기'가 날아가는 것 같다.


'기록기록기록'


속도강박증을 벗어버리고 기록강박자가 되었다. 그래 어느 것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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