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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우 Apr 29. 2024

외발자전거 정복기

60이 넘어도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2022년 어느 날 온천천에 나가서 우연히 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았다. 꽤나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평소 호기심이 많은 나는 비록 회갑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외발자전거를 어떻게 사야 할지부터 궁금했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쇼핑을 검색해서 외발자전거를 구매하기로 했다. 검색 결과 외발자전거 바퀴 사이즈가 18, 20, 24, 29, 36인치 등 다양한 크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작 몇 인치를 사야 할지 난감했다. 또한 외발자전거를 사더라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막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검색더니 외발자전거 타는 법을 올려놓은 곳이 많았다. 그리고 초심자는 20인치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지 며칠 만에 자전거가 도착했는데 페달과 핸들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즐거운 마음에 단숨에 자전거를 조립번 타보려고 시도하는데 안장 위에 올라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두 발 자전거는 좌우로만 넘어가지 않으면 되지만 외발자전거는 바닥에 닿는 부분이 한 개의 점 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유튜브를 다시 검색하니 아이들링부터 연습하여 균형감각을 익혀야 한단다. 벽이나 철봉 등을 잡고 페달을 아래위로 한 다음 앞뒤 방향으로 20도 정도 까딱까딱 흔들며 균형을 잡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이들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혹시 부산에 외발자전거 학원이 있는지 검색해보기도 하고 동호회를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물어볼 사람을 찾지 못했기에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혼자서 혼자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파트 현관에서 벽을 잡고 왼발, 오른발 아이들링을 연습하다가 온천천의 인도교가 생각나서 자전거를 끌고 갔다. 몇 년 전에 동해남부선 전철 공사를 하면서 새로 높은 교각을 세우고 예전의 철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곳이다.  


   막상 다리의 난간을 잡고 앞으로 전진하려니 그것도 생각에 불과했다. 난간 손잡이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 조차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몇 주 동안 씨름을 한 결과 난간을 잡고 비틀거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나갈 때는 감개가 무량했다.


  그러다가 다리 아래 온천천 고수부지의 농구장이 비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농구장 펜스의 그물을 잡고 연습하다가 펜스 구명에 손가락이 끼어서 다칠 뻔한 것이 수십 번이다. 그물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면서 한 바퀴 정도 페달을 돌릴 수 있게 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아이가 겨우 두 발로 섰다가 넘어지는 것과 같은 신세다.


   우리 아파트 1층에서도 주야장천 연습을 하며 수도 없이 넘어졌다. 며칠 동안 자전거와 씨름을 한 결과 농구장에서 손을 놓고 몇 미터를 나가게 되었다.

   아파트에는 5백 여 미터 길이의 공원이 있는데 아침에 이곳에는 많은 여성들이 떼를 지어 왕복으로 걷기를 한다. 그곳에서 비틀거리면 자전거를 연습하니 아주머니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온갖 고생을 다하고 서러움을 견디면서 연습한 결과 1월에 시작해서 벚꽃이 활짝 핀 4월경에 어느 정도 자전거 타기를 성공했다. 비록 위태위태하지만 온천천 자전거 길에서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 감개무량다. 주위 사람들이 박수도 치고 대단하다며 응원을 해주면 어깨가 어쓱하며 기분이 좋다.


   지금은 마을의 가까운 곳에 물건을 사러 갈 때나 이발소에 갈 때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외발자전거가 엄청 위험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넘어질 때 앞으로 발을 내디디면 그냥 땅에 설 수가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위험하지가 않다.

   예전에는 외발자전거는 서커서에서나 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탈 수 있다는 것에 흐뭇다. 외발자전거 허벅지 힘이 무척 많이 들어가고 코아 근육이 좋아지기 때문에 허리 아픈데 좋은 운동이다. 그리고 균형 감각이 좋아져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살아있는 느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벚꽃 맞이 외발자전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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