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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우 May 17. 2024

LOD의 특별한 추억

댄스스포츠 공연과 체험 학습

   매년 5월 둘째 주면 철쭉제가 열리는 내 고향 황매산에는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상춘객들이 몰려든다.

   황매산 모산재 아래 자리 잡은 모교 대기 초등학교에서는 철쭉제에 맞춰 동창회 한마음축제를 개최하는데  행사는 전체 졸업생 약 3분 1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1961년도에 개교하여 1995년까지 25 동안 9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된 벽지학교로 매 학년이  개 반으로 구성되어  구들이 6년 동안 부대끼며 자랐기 결속력이 대단하다. 축제가 끝나면 전국에서 모인 동문들이 고향에서 각 기수별로 하루 밤을 보내면서 우정을 다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8기 졸업생인 나는 이번 행사에서 내가 속 있는 LOD 부부댄스동호회원들과 함께 댄스스포츠 공연을 했다.

   십 수년 전부터 집사람과 취미로 댄스스포츠 하면 코로나 전인 2019년 축제 때 LOD 회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시범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동창회 분위기에 매료됐던 동호회원들의 희망에 따라 5년 만에 또다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우리 동호회는 매주 1시간씩 프로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는 차차차, 룸바, 자이브 세 가지 댄스를 섞어 안무를 구성하 단체복도 새로 구입했다. 여성은 상하 붉은 계열의 옷이고 남자는 검은색 바지에 붉은색 반팔 티를 입어 싱그러운 녹색의 자연과 잘 어우러졌다.


    행사를 위해 우리 부부는 전날 오후 고향에 가서 집청소를 하고 손님맞이 준비를 했고 다른 회원들은 행사 당일 새벽 6시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아침 8시경 도착했다.

별장에서 바라보는 모산재와 황매산

   모산재 맞은편 동네 복치동의 언덕 위 제일 뒷집이라 전망이 뛰어나고 넓은 마당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어 모두들 좋아했다. 골프를 즐기는 회원들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어프로치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여장을 풀고 한숨 돌린 후 행사장으로 리허을 위해 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최 측 요원들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 라틴 댄스를 맞춰본 후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으로 내려가 앵콜 공연을 위한 왈츠 대형 아 보았다. 

   "옷 색깔이 무대 보다 인조 잔디와 더 잘 어울리네요." 7080 공연 준비를 하고 있던 색소폰 연주자가 조언을 해주었다. 그의 말이 맞는 듯하여 라틴 댄스도 운동장에서 하기로 했다.


    차로 5분 거리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정오 경 행사장으로 다시 갔더니 벌써  많은 동문들이 행사장에 진을 치고  있었다. 어느 기수보다 단합이 잘 되는 우리 동기생들은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할당된 8기 천막에 빈 좌석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열 명이나 되는 함께 앉을자리가 없어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감사하게도 여러 친구들이 급조하여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주었다.


   2기 선배들의 칠순 잔치가 있었고 이어서 면소재지에서 온 풍물패의 사물놀이 축하 공연이 있었다.  

외발자전거 시범

   무대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동안 운동장이 텅 빈 틈을 타서 나는 외발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다. 외발자전거는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독학으로 배워서 가끔 온천천을 누비고 다닌다. 좀 서투르기는 하지만 60대 중반의 아저씨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족구장 크기의 인조잔디 위를 돌다가 넘어지기를 거듭하니 동문들이 환호했다. 인조 잔디 바닥이 고르지 않아 바퀴가 잘 돌지 않아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LOD부부댄스스포츠동호회 공연

    우리의 공연 순서는 점심 식사 후 초청가수 노래다. 차례가 다가오자 운동장 끝에 있는 펜션에서 댄스복으로 갈아입고 입장 대기를 했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무대로 자리했고 동문들의 열한 환호 속에 라틴 댄스 공연을 마쳤다.  곡으로 왈츠 공연 되어 있었는데 사회자가 기회를 주지 않아 못하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2분 30초 정도의 짧은 곡인데 사회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붉은 계통의 댄스복이 녹색의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왈츠를 하면 정말 멋질 것 같다는 생각에 회원들 모두 타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별장으로 돌아와 저녁 시간에 바비큐 파티를 했다. 잔디밭이 더 좋지만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 때문에 정자에 파티를 하기로 했다. 회원 남정네들이 워낙 일을 잘해서 테이블 설치와 캠파이어 준비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장작불과 바베큐 파티

    시뻘겋게 달아 오른 소나무 장작불에 돼지 목살을 반쯤 굽고 전기프라이팬에 옮겨서 마무리하니 빠르고 맛있게 고기를 구울 수가 있었다. 맑은 공기에 캠파이어를 하며 먹는 바비큐는 정말 맛있었다.

바비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먹는 라면도 일품이었다.

신나게 놀아보세

   모두들 거나하게 한잔씩 한 후에 7080 음악을 틀어 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 추었다.

   "라라 옛날에 공부 안 하고 나이트클럽만 다녔구나." 외과 의사인 지바고님의 말이다.

   "사슴님께 저런 끼가 있는 줄 몰랐네." 감탄해서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에어로빅을 20년 이상한 줄 몰랐죠?"

   "야, 기린님도 대단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네~." 기린님이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인다.

    나의 아내 웬디는 라라 둘이 마주 보고 주거니 받거니 신나게 춤을 추고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도 어깨춤을 추면서 즐거워한다. 이렇듯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의 밤이 무르익었다.

     실컷 즐기다가 방에 들어가서 남녀 대결 윷놀이를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만나면 고스톱이나 카드놀이를 좋아하지만 우리 모임은 윷놀이나 주사위놀이 등을 좋아한다. 모두 범생이었나 보다.

황매산 산보

   이튿날 아침 식전에 황매산 철쭉 군락지 산책을 했다. 이곳은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겨울방학이면 시골에 사시던 열다섯 살 위 형님과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곳인데 지금은 군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다. 예년 이맘때면 철쭉꽃이 지천으로 널려 장관을 이루는데 해는 잦은 봄비로 꽃이 만개하기도 전에 잎이 나서 철쭉 군락지는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아쉬운 생각 들었지만 다른 풍경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나물캐기 체험 현장

  아침 식사 후 머구랑 취나물 등 봄나물을 캐러 뒷동산의 머구밭으로 갔다. 평소 그렇게 많던 머구가 어찌 된 일인지 잎이 말라 있어 포기하고 취나물을 캐기 위해서 고사리밭으로 갔다.

"앞으로 농산물을 사면서 깎아 달라고 해서는 안 되겠다." 이브님의 말이다. 취나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지만 막상 직접 캐보니 엄청 힘들어서 농부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단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제대로 된 머구밭을 만나자 회원들 모두 마치 풀을  소처럼 정신없이 머구를 었다.

  

   가 준비를 하면서 나물을 비닐봉지에 나눠 담 여성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흘렀다. 무공해 자연 속에서 직접 나물을 채취한 로운 경험에서 행복느낀 듯하다.


   댄스공연, 황매산 산보 및 시골에서 1박 2일간의 특별한 체험은 오래도록 멋진 추억을 것 같다.



https://youtu.be/BmQPUk5W4Ng?si=KM1pA3-vssAkrO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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