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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우 May 17. 2024

쑥떡

쑥에 얽힌 추억

우리나라 산이나 밭 어디에서나 쑥보다 흔한 잡초도 많지 않다. 뿌리줄기가 번지면서 번식을 하기에 밭에 잡초로 난 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쑥은 잡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유용한 식물이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21일 만에 웅녀가 되어 단궁왕검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설화에서 보듯이 태고 때부터 우리 조상들을 쑥을 식용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인 1960년대에 쑥은 유용한 구황식물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프던 시절, 봄이면 어머니께서 쑥에 밀가루를 무치고 사카린을 넣어서 쑥털털이(쑥버무리)를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입맛이 까다로운 나는 거무튀튀하고 쑥냄새가 나는 쑥털털이를 정말 싫어했다. 

   쑥은 소독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소꼴을 베다가 낫에 손을 베이면 쑥을 찧어서 바르기도 했고, 마른 쑥을 비벼서 쑥뜸을 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쌀밥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해진 후부터 쑥이 떡으로 만들어지면서 사랑을 받게 되었다.     

    

   4월 초순에 오랜만에 처부모님과 동서 부부,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합천 황매산 자락에 있는 나의  고향 별장에 놀러 갔다.  나의 장인께서 떡을 무척 좋아하신다는 것을 아는 시골 형수님께서 햇쑥을 뜯어서 쑥떡을 만든다며 삼가의 떡방앗간으로 오라고 하셨다. 떡방앗간에서는 일흔이 넘은 아주머니들이 주문이 밀린 쑥떡을 만드느라 분주했고 형수님은 주문한 떡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골에서는 본인이 뜯은 쑥과 쌀을 떡방앗간에 직접 가지고 가서 떡을 만든다.

  

   한참을 기다린 후 떡이 나오는가 했더니 다른 집 떡과 섞였다며 떡방앗간 여주인께서 도우미 아주머니를 호되게 꾸짖었다. 봄철의 시골 떡방앗간은 쑥떡 주문이. 많아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누가 먹을 거라고 이렇게 많은 떡을 하셨어요?" 막상 완성된 떡을 받아 보니 여섯 박스나 되었다.

   "나무실 시누이 한 박스 주고 우리 한 박스 먹고 나머지는 장인 갖다 드리소." 나의 장인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과한 모양이다.

   10여 년 전에 형님이 돌아가시고 형수님은 혼자서 시골에 살고 계신다. 형님은 나와 열다섯 살 차이로 내가 초등학교 4학년 형수님이 시집오신 후 어린 나를 엄마처럼 보살펴주셨다. 일을 하지 말고 건강을 돌보라고 해도 늘 일 중독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이다.   

   떡이 너무 많아 어떻게 처할까 걱정하며 별장에 먼저 도착하신 처부모님께 떡을 갖다 드렸더니 걱정하지 라고 하신다. 쑥떡을 집에 가지고 가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한 개씩 내어 드시겠다며 좋아하신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던 중에 휴대폰을 보니 친구 경자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벨이 한 번 울리자 친구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했구나. 무슨 일로~~?"

   "아직도 시골에 있니?"

   "응, 그런데 내가 시골에 온 것 어떻게 알았어?"

    "카톡에 올린 글 보고 알았지."  전 날 오후 양철 지붕의 정자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주변 풍경취해 즉흥적으로 시를 써서 동영상과 함께 단톡방에 올렸더니 그것을 보고 내가 시골에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아~,그렇구나. 그런데 웬일로 전화를 다 하셨을까?"

    "내가 쑥을 뜯어서 쑥떡을 만들었는데 맛이라도 좀 보여 줄까 싶어서." 경자는 나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기로 결혼 후 진주에서 살고 있는데 쑥떡을 만들어 친정에 오는 중이란다.

    "고맙다. 그런데 형수님이 우리 온다고 쑥떡을 엄청 많이 하셨네~~." 쑥떡이 지천이라 더 이상  리가 곤란할 듯해서 사양 말이다.

    "그렇구나. 그러면 잘 놀다 가라." 

    상대의 성의를 받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경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떡을 주겠다는데 성의를 봐서도 받아야지." 옆에서 통화를 듣고 계시던 장모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경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도킹하기로 약속한 동구밖으로 가는데 집사람과 처제가 비스킷 두 박스를 갖다주라고 전해준다. 우리 동네 앞까지 차를 타고 온 경자는 쑥떡과 식혜 한 통을 전해주고 지인들과 황매산 철쭉 구경을 떠났다.  

     친구를 생각하며 쑥떡을 직접 배달해 준 경자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이렇듯 봄이면 쑥떡은 이웃이나 친구들과 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 봄비 ]

똑똑똑
또닥 또닥 또닥
봄비의 노래 가락에
연둣빛 초목들이 백댄스를 한다.

비는 비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서로에 감사하며 어우러진다.

온 세상 상생의 조화 바라보는 나그네는
두 눈 닦고
두 귀 쫑긋 열고서
무릉도원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 봄비 내리는 모습에 취해 즉흥적으로 써서 동영상과 함께 단톡방에 공유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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