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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Jan 14. 2023

당신의 학기말 성적은 사실은 oo입니다.

성적을 마감하며 

첫 시간에서 설명한 대로 성적은 출석 10%, 중간고사 40%, 기말고사 40%, 리포트 10% 를 반영하여 총점을 내었고 상위 30%까지는  A,  이후 총인원의 40%는 B, 그리고 다시 나머지 30%는 C, D, F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상대평가는 엄연히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끼리의 경쟁이었고 그 과정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노력하고 결과를 내었다면 그 이상의 의미는 크게 없습니다만 그래도 A를 받은 친구들은 이 과목을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인 만큼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학기 말에 성적이 원한만큼 나오지 않아 낙담한 친구들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기말고사를 너무 잘 봐서 자기가 1등 할 것 같다면서 들떴던 H군의 점수가 막상 하룻밤의 꿈으로 끝났을 때 보였던 허탈한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나름 열심히 날밤을 세가면서 친구들과 문제풀이를 하고 시험준비를 하던 모습을 지나갈 때마다 보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쌀쌀한 건물복도를 데우던 아이들의 열정이 그들이 내뿜던 입김에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H군은 비록 기말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노력에 비례하는 성적을 거두었고 상대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마 최고의 성적을 받지 못했던 데에는 약간의 경험부족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수학문제는 자신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잘 숙지하고 있더라도 사소한 계산실수가 전체의 결과를 바꾸어놓기 때문에 계산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H군의 경우는 그러한 계산실수가 발목을 잡은 것이지요. 이러한 계산실수는 아마도 계산기를 갖다 놓았다고 해도 계산기에 숫자를 잘 못 입력하는 실수로 인해 벌어질 수도 있기에 저는 오로지 반복된 훈련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시험성적의 결말이 과연 학생의 탁월함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하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기말고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친구는  C군으로 중간고사에서는 본인피셜로 공인중개사시험을 치르는 데 집중하느라 시험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중간정도의 점수를 받았던 학생이었습니다. C군은 수업시간에는 앞자리에 앉아 칠판에 집중하면서 교수가 어디에서 강조를 하는지 등을 노트에 표시해서 시험에 대비하는 능력은 있지만 모르는 것을 질문한다든지 교수가 이야기하는 내용들과 연관된 본인의 궁금점 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다른 L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력도 빠른 편이고 교수가 설명하는 내용을 잘 알아듣고 관련된 문제도 잘 푸는 편이지만 호기심이 부족하고 가르치는 것 이상의 지적탐구에 대한 욕구가 부족하다 보니 수업시간 이외에 교수의 방에 찾아온다거나 시험을 완벽하게 치르고자 하는 치밀함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보다 더 수동적인 태도의 학생 K양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합계점수가 다른 모든 수강생들보다 1점이 딱 높아서 최우등입니다. 단순히 성적만 놓고 보면 성실하게 공부한 K양이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답안지를 잘 들여다보면 K양은 시험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지 않고 나머지 문제들을 완벽하게 푸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아예 시간을 잡아먹거나 애매한 문제는 백지답안을 내더라도 잘 알고 있는 문제에서 사소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문제를 풀어서 항상 최고점은 아니지만 최고점보다는 3~4점 정도 낮은 점수를 받는데 평균이 일정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고도 다른 여러 곳에서 조금씩 감점을 받은 H군보다 점수가 1점 정도 높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약속한 대로 총점을 판별기준으로 하여 성적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K양과 L군, C군의 순서로 등수를 매기게 되지만 사실  내 마음속 1등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비록 계산실수를 많이 해서 감점을 받았지만 모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  H 군입니다. 만약 제가 한 학생을 골라서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야 한다면 저는 H군을 추천할 것입니다. 약간만 다듬으면 도전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H군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탁월함이란 현재의 우수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우수함에 대한 현재의 기대치라고 수학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우수함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완벽한 객관성이란 어차피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국 미래가치는 교수자에 의해 주어질 것입니다. 또한 학생의 미래가치는 이상적 목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결연한 자세로부터 비롯되므로 항상 허물을 벗고 탈피하는 '갑각류'와 같은 학생들의 미래가치가 가장 높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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