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인정하고 남과의 비교를 멈추자.
작년 12월에 내가 내린 잘한 일중의 하나는 핸드폰에 깔려 있던 페이스 북 앱을 지워 버린 일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에 올려지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클락션 소리들처럼 소음처럼 들리게 되었을 때, 남에 대한 공개적인 관음증에 노출되어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 광고로 넘쳐나는 이 세계와의 결별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모방하여 만든 릴스와 같은 무의미한 시간 보내기에 몇 시간 들을 소비하고 난 후 어렵지 않게 결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아이러니다. 사람들을 앱에 붙잡아 두려고 만든 릴스가 오히려 나로 하여금 그 어려운 SNS결계를 돌파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통이란 과연 SNS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댓글을 통한 소통이란 애당초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그 커다란 공간에 비해 너무나 작은 비중일 뿐이며 집단적 갈라 치기로 얼룩진 이 공간에서 생산되는 댓글들이 빅데이터 키워드란 이름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다시 재생되어 장면의 시퀀스를 만드는 오늘날의 풍경은 뉴스를 방송하는 방송사들이 더 이상 기사의 생산자가 아님을 선언한 매우 슬픈 자화상이다. 안으로 갈무리하여야 할 생각들과 의미 없는 독백이 캡처되어 인터넷상에 특종으로 떠돌고 개인의 사생활을 올린 사진들이 대중에게 가십으로 소비되는 세태를 보건대 SNS가 황폐화시키는 것은 비단 인간관계나 가족관계뿐 아니라 반성적 사유의 틈을 주지 않는 그 '연속성'이 가져오는 숨 막힘으로 인해 상실되어 가는 개인의 휴식이나 멈춤이다.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급박해서는 안된다. 아침에 출근시간에 쫓겨 밥도 씹을 여유 없이 문을 나설 때 내리는 눈발을 보며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줄줄이 늘어선 차들 사이를 액셀과 브레이크를 수도 없이 밟으면서 여의도를 지날 때 벚꽃놀이에서 만났던 한 때는 뜨거운 사이였던 그녀가 생각날 이가 있을까? 이 도시의 삶이란 게 정작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는 저녁의 쉼표를 맞이하기보다는 술집으로, 커피숍으로 달려가 누군가의 SNS를 소재로 끊임없이 우리의 정염을 태우고 말들과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나의 이야기는 다시 SNS에 쏟아낼 뿐 우리는 한 없이 고독한 존재로 다시 돌아온다.
SNS공간에서 사람들은 흡사 수 겹의 커튼을 친 집들이며 늘 새로운 커튼으로 장식하며 외부로 드러나는 커튼의 모습에 너무나 신경을 쓰고 있는 집사들이다. 정작 집주인의 생각은 집사로 하여금 어떤 커튼을 칠지를 지시 내리는 그때만 존재할 뿐 집안의 텅 빈 공허함을 메울 생각은 없다. 남들이 창밖으로 보이게 끔 준비한 색색의 커튼에 현혹된 채 그 커튼 뒤에 가려진 개인의 공허함을 알기라도 하는 날에 다가올 실망감과 관계의 파국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이제 커튼을 떼고 드러날 우리의 진정한 내면에 대하여 걱정하고 한쪽 귀퉁이에 처박혀 있는, 우리가 그동안 만든 감정의 찌꺼기와 미쳐 버리지 못한 과거의 '철없음'을 청소해야 할 것이다.
SNS가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현상을 보자. 누군가의 SNS를 통해 만들어진 유행이 수면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일으킨 파도들처럼 휴대폰에 접속한 개인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현상은 이제 21세기를 설명하는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었다. 광고회사들도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SNS스타들을 이용한 마케팅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동영상들로 시선을 잡아끄는 찰나의 시간에 대한 탐구는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고 이 와중에 시선을 강탈당한 개인들은 이 SNS가 만들어낸 거대한 '매트릭스'에서 소비의 쾌락과 배설의 쾌락에 사로잡혀 멈출 수 없는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제목처럼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야만 이 불면의 밤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TV를 끄고 모든 불을 끄고 수면에 드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이제 지친 우리의 눈과 마음이 쉬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이 SNS로 쌓아올린 거대한 이미지들의 세계에서 눈을 감는 것이 휴식의 시작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