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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Feb 26. 2023

가깝기만 해서 일본에 가는 걸까? 1

역사적으로는 갈등관계지만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 나라 

동아시아에서 살다 보니 수학자들을 만나더라도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고 미국에 유학 가서도 친하게 지낸 친구들은 대부분 터키, 인도, 대만, 중국에서 온 아시아권 친구들이었다. 심지어 미국인 친구도 아버지가 이란에서 온 이민자 집안의 친구였으니 어찌 되었거나 아시아인들이 느끼는 유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근 5년간은 일본인 수학자와 공동연구를 하다 보니 일본을 매우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우리 분야의 국제적 학술대회도 일본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매우 뛰어난 학자들이 초청되다 보니  너무 물가가 비싼 도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일본의 대도시들은 방문해 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공항도 다시 예전처럼 붐비고 항공편의 운항 횟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러 매체를 보다 보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해외 여행국은 일본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도 의아한 듯 일본 우익매체는 '불매운동을 하던  반일감정은 어디 갔는가'라고 조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두고 신문과 잡지는 저가항공과 엔저를 꼽고 있는데 미시적으로는 이 분석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기저의 수요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일본 여행객의 함수는 늘 시간축에 대하여 최솟값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일주일 이내에서 계획되는 대부분의 여행은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동떨어져서는 곤란하다. 낯선 곳에서 무심코 마신 생수나 현지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에 현지에서 병원을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작 병원에 가서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기가 힘들 것이다. 류시화 시인이 묘사한 인도여행기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와있어 우리는 간접적으로 이런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 여행에서 잠자리, 음식, 안전은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국가가 보유한 인프라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여행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익명성인데 피부색깔이나 머릿결, 눈동자가 완전히 이질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의 여행은 자신을 너무 도드라지게 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때문에 낯선 눈빛들과 일일이 상대하여야 하기에 여행객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현지인의 복장을 하는 것이 그나마 여행을 하기에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국가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떠 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과 글을 공유하는 점을 제외하면  그들은 전혀 다른 체제에 살고 있고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이 이제는 너무나 변해버려 내가 북한에 방문한다면 내 자아를 구성하고 있을 한민족이라는 관념적 사고의 틀을 벗어버리는 순간 이질적인 그들의 눈빛에 매우 불편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독도영유권 갈등, 강제 성노예 및 강제 징용 노등자 문제로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에 가더라도 나는 불안감이나 이질감보다는 그들 중의 한 사람인척 조용히 그 나라에 스며들 수 있다. 차림새나 생김새가 일본인과 구분이 가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양뿐 아니라 일본의 산천의 풍경은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 도시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그로부터 발원하여 도심을 관통하는 강과 강을 가로지르는 육교, 노천변에 늘어선 술집과 음식점, 카페. 그리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아름다움. 또한 대도시로 눈을 돌려보면 정신없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행렬과 복잡한 지하철의 지도는 말과 글이 다를지언정 우리에게 늘 익숙한 풍경이다. 

한국과 비교해서 일본에서 느끼는 장점은 우리보다 훨씬 더 질서의식이 높다는 점이다. 아무리 급해도 다른 사람을 밀치면서까지 열차를 타려고 한다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떠든다거나 무엇을 먹고 있는 경우가 없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컵을 들고 다니다 사람들과 부딪혀 내용물을 쏟는 일들을 목격한 적이 없고 사진을 찍을 때도 조용히 다른 사람이 찍을 때까지 차례를 기다리며 사진 찍는 사람 옆에서 방해를 하지 않는다. 물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덕목으로 배우는 그들의 교육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여행객들에게는 축복이다. 일본인들은 또한 약속을 잘 지키고 상대의 시간이 만약 허비된다면 매우 미안해하기 때문에 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어 열차의 시간표를 신뢰할 수 있어 10분이나 15분이 늦어지는 일이 잦은 이탈리아나 우리나라 열차들에 비해 여행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도 덜하다. 나는 이러한 기본적인 여건들이 알게 모르게 여행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생각하며 단체 관광이 아닌 개별관광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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