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블루스 5

11월 말의 풍경

by 오마르 왕자


아침에 수시 면접을 위해 일찍 출근하여 면접고사 주의사항을 다시 안내받는 순간에 아내로부터 온 전화가 진동을 일으켰다. "지금 도로가 학부모 차들로 꽉 막혀서 교문에서 3km나 남았는데 가질 못 학고 있어. 제시간에 고사장에 입실 못할 것 같아서 고사장까지 OO에게 뛰어가라고 했어. 다른 애들도 다 뛰어가고 있어!"

순간 너무나 평온한 우리 대학의 질서 있는 모습과 OO이 지원한 서울의 모 대학과의 아침 풍경 모습이 대조되면서 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이들의 Contrast가 마치 스크린에 절반씩 투영되어 나타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늦가을의 쌀쌀함에 떨어져 버린 낙엽들을 깨우면서 분주하게 밀려드는 차량들과 교통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교직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뒤엉킨 캠퍼스를 가로질러 논술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인파가 연출하는 어지러운 모습이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라면 어땠을까?


같은 수시지만 ㄱ대학의 수시는 논술고사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우리는 면접고사라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지원율에서 비롯된다. ㄱ대학처럼 15명을 모집하는 학과에 1000명이 지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을 면접으로 뽑고자 한다면 평균적으로 오전에 50명 오후에 50명의 면접을 본다고 가정하여도(이것은 거의 3분에 한 명꼴로 면접을 보는 셈이다!) 무려 고사장은 10개가 필요하고 대기실도 같이 동원된다고 보면 20개의 고사장과 각 고사장별로 면접관+파견인원+보보조인원을 합하여 5명씩 해도 100명이 한 과목당 동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면접시험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원인원이 많이 몰리는 학과에서 많은 인원을 동원하지 않고 고사별 감독관만 동원하면 10명이면 충분한 논술시험을 치르는 것은 사실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반면에 지원 경쟁률이 3.5:1 정도 되는 내가 소속된 전공학과에서는 교과성적은 조금 낮지만 학교 내에서의 진로활동, 동아리 활동, 학교밖 특강등을 통해 학교 내신 성적 관리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한 아이들을 뽑으려고 면접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서는 학부모 차가 너무 많아서 학교에 차를 가지고 올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서울의 모 대학처럼 지원률이 100:1을 기록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너무나 평온한 캠퍼스에서 차분하게 진행된 면접이 지방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6군데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수시 제도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려 추진한 제도라고는 하지만 수도권 대학들은 원서장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데 반해 지방대는 경쟁률이 6:1보다 낮은 대학으로 낙인찍히는 효과를 주는 차별을 조장하는 제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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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의도로 시행된 정책이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제도가 어디 이뿐이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하에 진행된 특목고와 자사고 제도는 모든 국민들이 잘 아는 중 2병을 가져온 원흉이자 현재의 의대진학 쏠림의 전초기지로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사교육에 노출시키는 나쁜 제도가 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학들의 간판보다는 인턴이나 단기수습직등을 통한 경험이나 경력을 높이 사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험등을 통해 스스로 인재를 뽑는 쳬계화된 채용 프로세스를 만든 지도 꽤나 오래되었음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명문대의 그 좁은 틈을 통과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기고 아이의 장래에 대한 든든한 지지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것들을 학벌사회의 폐단이라고 퉁치는 의견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


실상은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서울지역 대학들의 경쟁률이 올라간다.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에서는 매년 전체 학령인구의 무려 60%에 달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즉 한 해 50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 중 무려 30만 명이 서울과 경기도에 분포하고 있으므로 이들 지역에 사는 학부모들은 집에서 가까운 혹은 통근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대학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만 이들을 충분히 받아줄 정도로 대학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가령 서울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가 인서울에 있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체적으로 국수영탐에서 합이 내신성적으로든 수능 성적으로든 7등급을 맞추어야 한다. 이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과목의 성적이 전체 수험생의 4% 혹은 3% 내에 들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수학성적으로 보면 전국 등수 10000명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전에도 이야기 한 바 있지만 전국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대략 한 해 3800명 정도 되고 지방에서 서울대에 한 명이라도 보낸 학교들이 200개 정도 된다고 했을 때 전교 10등 안에 드는 아이들을 합산하면 2000명이 나오며 의치한약수를 노리고 재수를 하는 수험생들의 숫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명이라고 했을 때 이미 이들의 총합이 10000만 명을 넘어선다. 강남 3구와 목동, 분당, 평촌과 같은 지역의 학교들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고 봤을 때 수능에서 수학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평범한 지역에 다니는 학생은 전교에서 1등을 차지해야 안정적이란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지방대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요인의 결정적인 부분들은 학령인구의 분포가 가져온 지리적, 인구학적 요인이며 사람들이 학벌에 기대거나 수도권 대학이 지역대학보다 월등히 좋아서가 아니다. 물론 지방에 살면서도 자취나 하숙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자녀를 수도권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생각의 기저에는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와야 임금이 높은 수도권에서 취업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다는 통계적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이 숫자들이 앞에서 이야기한 거시적 인구분포의 불균형에서 오는 경쟁률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숫자가 아니므로 오늘 내가 마주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경쟁률은 사실 가까운 혹은 통학가능한 지역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이 전국 수험생들의 분포를 봤을 때 그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인구적 분포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수시경쟁률이나 정시경쟁률 자체를 놓고 대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즉 보다 많은 학생들이 있을 때 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보다 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수용인원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재수, 삼수를 택하면서 가정의 소비지출은 교육에 묶이면서 점점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 시장을 압도할 정도로 비대해져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쩌면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방인구의 감소와 지역의 소멸에 대비해 수도권에서 지방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다시 그 지역에 정착할 경우 정착비를 제공하고 혼인신고를 통해 가정을 이룰 경우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정착하는 이들을 위한 적극적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첫 단추로써 대학의 지원에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수도권대학에 대한 역차별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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