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밝은 별을 만든다.

최선을 다한 도전의 결과

by 신정원


내 삶에는 감사한 일들이 가득했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는법. 때론 눈앞의 현실이 깜깜한 밤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밝은 별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그런 순간에도 나는 빛을 찾으려 애썼다. 어둠 속에서 별은 더 밝게 빛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단순히 희망의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약속과도 같았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 삶에도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별을 찾아내기 위해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겨울이 깊어진 1월,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치는 거리 위에서도 내 마음속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몇 달간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해온 지원서를 마침내 제출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대학원들, SVA, SAIC, Pratt, Parsons, 그리고 그중에서도 합격이 어렵다고 알려진 RISD였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의 결정을 두고 내가 실망할 것에 대한 걱정과 냉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RISD는 좀 어려울 거야. 너무 큰 기대하지마. 거긴 정말 잘 준비해야 가능해.”


그들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RISD는 미국에서도 미술이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학교같은 곳이었다. 그만큼 입학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준도 까다롭고 높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말을 듣기 전에 결심하고 있었다. 이 도전은 나에게 있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었다. 결과를 떠나, 내 열정을 증명하기 위한 최선의 시도를 하고 싶었다. 준비 과정 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웠는지, 몇 번이나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섰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도전만큼은 후회 없이 끝내고 싶었다.


지원서를 마무리한 그날 밤, 컴퓨터를 끄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추운 어두운 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하늘은 유난히 맑아 별들이 선명하게 빛났다. 딱히 교회나 절에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는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들, 누가 계시든지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제 간절한 꿈에 힘을 보태주세요. 이 기회를 얻게 된다면, 세상에 도움을 주며, 좋은 영향을 미치며 살겠습니다. 제발 제발.....”


간절히 기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내 작은 목소리가 정말로 어디선가 들릴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고 마는 걸까?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보다 내 간절함과 진심이라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긴 기다림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두달 정도 지난 어느 날, 무심코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익숙한 이메일 알림 소리가 컴퓨터 화면을 울렸다. 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신자는 바로 RISD 대학원 디렉터 교수, Eduardo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손을 떨며 (떨리는 손으로 겨우) 마우스를 잡았다. 최선을 다했기에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다시한번 마음을 진정시키며 메일을 열었다. 메일을 열자,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Congratulations!”


내 눈을 의심했다. 믿을 수 없었다. 내가 RISD에 합격했다니!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숨이 막히는 듯한 감격이 몰려왔다. 혼란스러운 기쁨 속에서 “됐다.. 진짜 됬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RISD 합격만으로도 꿈같은 일이었지만, 곧 현실적인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RISD의 학비는 나에게는 비현실적이었다. 외국인 학생으로서 학비와 모든 생활비 등 그 비용들을 감당할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다른 학교 오퍼가 남았으니 기다려보자.” 혼자말을 하고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며칠 후, 핸드폰에 낯선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에 뜬 번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었다. “이 번호… 설마 RISD에서?”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낯익은 이름을 가진 Eduardo 교수였다. 어색하게 나의 한국이름을 부르며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RISD의 우리 대학원 과정에 합격했고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러곤 대학원 과정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셨다. 그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가 전한 소식은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포트폴리오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너에게 Merit Fellowship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숨이 막혀 입을 틀어막았다. Merit Fellowship이라니! RISD에서 외국인 학생에게 부여되는 가장 큰 규모의 장학금이었다. 전화가 끝난 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곧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집 안을 뛰어다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내 기쁨은 더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듯했다. RISD 합격이라는 기적 같은 소식에 장학금까지, 나는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대학들에서도 좋은 소식과 장학금 제안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꿈꾸던 학교는 단연 RISD였다. 게다가 RISD가 제공한 장학금은 내가 지원한 모든 학교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 덕분이었다. 만약 도전 도중에 ‘이 정도면 됐다’고 멈췄다면, 이런 행운은 나에게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이다.


RISD에서의 첫걸음은 내게 학업의 시작을 넘어, 내 꿈과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출발점이었다. 합격과 장학금 소식은 나에게 노력의 결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증명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도전할 때는 이 도전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후회 없이 과정을 마칠 수 있고, 그 끝에서 예기치 못한 행운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조용히 결심했다. 이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RISD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리고 내가 나아갈 모든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내겠다고 말이다.


AD_4nXfftTXmvuZXt7QZzg8OIrUIfSk-WFLby8kMpRULHM41XW0QFxv1ZjKQW83S4E-nWxBtHFXfDupTL2q-WGwRNZn2lt_8papJsYrDpnnjbpCEDFNCPxkfhG4VeteasViT7i8GCQ3a-A?key=MS_WRximSEIli1TN7FD2V3s3

Eduardo 교수에게서 온 첫 RISD 오퍼레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마주한 벽은 성장하라는 초대장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