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에서의 집은
가장 우선 순위이다.

유학생활에서의 집의 의미

by 신정원


이제 본격적으로 유학 적응 생활이 시작되었다.

낯선 공기, 사람들의 말투, 자동차 경적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소했다.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집 구하기였다. 우선 한국에서 기숙사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주변의 렌트비와 비교했다. 기숙사에서 지낼 수도 있었지만, 기숙사는 생각보다 비용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첫 학기는 기숙사로 들어가서 학교와 주변에 적응을 하고 주로 주변에 친구들과 같이 렌트(월세)를 알아보거나 스튜디오(원룸)을 구해서 지낸다.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내는 유형으로는 원룸형인 스튜디오(Studio) 쉐어형인 서블렛(Sublet)을 많이 이용한다. 스튜디오는 말그대로 방이 없는 원룸형이어서 다른 사람과 쉐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끔 두명이서 한방을 쉐어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추천하지 않는다.) 혼자 렌트비와 유틸리티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한다. 대게 스튜디오는 쉐어타입 보다는 비용이 높지만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옵션이다. 그리고 쉐어형인 경우는 한사람이 원베드룸 또는 투베드룸을 전대 개념으로 재임대 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미국의 아파트나 주택의 경우 보통 모든 방에는 욕실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내가 지냈던 프로비던스는 렌트피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거실은 공유했지만 뉴욕에서는 주로 거실도 하나의 룸으로 고려하여 다른 한명과 욕실도 쉐어했다. 그리고 주방은 공유주방으로 사용하면서 세명이서 또는 네명이서 룰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청소를 하거나 냉장고와 찬장을 쉐어하는 룰을 정해 함께 사용했다. 그래서 같이 쉐어할 룸메이트를 구하거나, 스튜디오를 렌탈하는 포스트는 미국의 교차로?같은 플랫폼인 Craigslist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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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igslist에서 방을 찾던 중, 유대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서블렛을 발견했다. 프로비던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파트였고, 무엇보다 학교까지 도보 10분 거리! 게다가 관리도 잘되어 있고, 헬스장과 수영장까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을 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 드디어 왔구나! 들어와, 들어와!”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녀를 맞이하듯 나를 환영해 주셨다.

나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이곳이 내 두 번째 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집 내부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한 듯했다. 거실에는 오래된 나무 책장이 있었고, 선반 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과 손주들의 사진이 빼곡했다. 벽난로 위에는 유대교 촛대가 놓여 있었고,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집 안을 감싸고 있었다.구조는 욕실이 붙어 있는 안방(마스터룸)을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사용하시고, 수입이 없는 (아마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두분이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보태시며 사시려고 나머지 방을 서블랫으로 활용하시는 듯 했다.


그리고 내 방. 책상, 옷장, 침대까지 완벽히 갖춰진 작은 공간. 창문을 열자 8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이 탁 트여 있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게다가 이 집에는 두 명의 룸메이트가 있었다. 한 명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직장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프로비던스 근처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밝고 쾌활한 베트남 여자아이였다. 현재까지지 4년 넘게 지내다가 인도네시아 직장 여자가 뉴욕으로 회사를 이직하면서 방이 비어서 사람을 구하는 상태였다. 둘 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특히 베트남 친구는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이 집이 내 유학 생활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와, 너 진짜 운 좋은 거야! 여기 정말 살기 좋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정반대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블렛에서 잠시 지냈는데, 룸메이트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했던 순간.


"정원씨, 김치찌개 꼭 먹어야 해요? 진짜 죽도록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되는데… 냄새가 너무 나더라고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한국 사람이 김치찌개 냄새로 불평을 한다고?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지만, 그 사람은 점점 더 심해졌다. 심지어 내가 그사람의 간장과 참기름을 쓴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 간장하고 참기름이 자꾸 없어져요. 혹시 어제 요리했어요?"

(참고로 그때 야근이 많아서 집에서 잠만 잤죠)


내가 먹는 간장까지 의심하는 하우스 메이트라니.

나는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짐을 싸서 나오기로 했다. 이 일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이나 위치가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걸


유학 생활을 하면서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낯선 곳에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다. 프로비던스에서의 내 첫 집은 그저 숙소가 아니라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자, 따뜻한 인연이 있는 곳이었다.


집을 구할 때는 단순한 가격 비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사람들까지 고려해야 한다. 나는 운 좋게 좋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었지만, 만약 첫 집이 최악이었다면 내 유학 생활 전체가 힘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집을 구할 때는 비용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을 함께할 공간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해!"

그 선택이 내 유학 생활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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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서 보는 프로비던스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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