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도시는 결을 잊고 접힌다.
어디쯤에서 찢어졌는지
누구도 모른다.
천 조각처럼 방향도 없이
말보다 먼저, 손끝이 길을 만든다.
낮은 천장, 겹겹의 사람들
허리를 먼저 굽힌 건
빛이었는지 우리가 먼저였는지
가게 천막은 제 시간에 내려앉고
바람은 아무도 모르는 손을 데려온다.
주름진 풍경이 고정된 것처럼
누군가, 조용히 말했지
"시간이 이렇게 생겼더라"
어느 날은 냄새가
어떤 날은 햇빛이 먼저 들어온다.
습관은 입을 다물고
회색 말들이 벽에 스며든다.
정은 언제나 늦게 도착해
식은 밥 위에 눌러 담긴다.
상처는 진열대 위에 놓여 있고
과거는 봉투에 접혀 있다.
“괜찮았나요?”
묻지도 않았는데
누군가의 눈이 그런 말을 던진다.
말보다 오래된 정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밤은 화장을 지우지 못한 채
커튼을 닫는 건지 이불을 펴는 건지
사람들은 노점 아래 구부정하게 앉아
남은 빛을 나누어 쓴다.
이곳엔 이름 없는 리듬이 있다.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발자국은 스스로 포개지며
돌아온 길을 따라 실밥처럼 조용히 끊어진다.
비가 멈추기 직전
어떤 상인은 그 소리를 모아 낡은 상자에 넣고 덮었다.
누구도 듣지 못한 노래였다.
하지만 그건 분명 있었다.
간판들은 숨죽인 채 지붕 위에 빛을 흘렸다.
낯익은 얼굴과 낯선 그림자가 서로를 비추는 그 틈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물기를 따라 움직였다.
흐르지 않더라도 살아 있으려는 흉내는 남는다.
부르지 않아도
손이 먼저 기억하고 발이 그 위를 디딘다.
그날의 향이 남은 길은 늘 다르게 접히고
하루는 종이처럼 조용히 포개진다.
어느 골목은
내 이름을 먼저 불렀다.
나는 아직 그 이름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