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부엌 창가,
그곳에 적히다 만 노트를 펼친다.
어젯밤 식탁 위 기울어진 잔 속에서
무거운 것이 꾸물거리며 떠다녔다.
식어버린 커피는 입안에서 모래처럼 부서져
목구멍에 쓴 이끼를 남기고 지붕 위로 흩어지는 반복음,
그것은 하늘이 토해낸 검은 울음의 파편이다.
“녹겠지? 그리고 전부 번질 거야.”
나는 사진을 찢어 노트 위에 흩뿌리고
한 글자씩 피어오르는 연기로 다시 적어 내려간다.
추억은 이미 썩었고 남은 것은 종이 위에 내려앉은 먼지뿐이다.
창문이 울컥 열리고
며칠 만의 환기, 썩은 것이 빠져나간다.
그러나 탁자 위 빈 잔은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소용돌이 속에서 떨고 있다.
나는 노트 위의 문장을 갈퀴처럼 긁어내고
새로운 것을 파고들듯 다시 새긴다.
우리가 떠난 그날,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
하지만 잔은 아직 비워지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