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나를 펑펑 울릴 줄 몰랐다.
그런 것들이 여태 내 발목을 붙들고 있을 줄 몰랐다.
우리가 꾸려놓은 작은 공간에 당신 하나만 빠지고
나와 모든 것들이 그대로라는 사실이 괴로워서
쓸고, 치우고, 닦고, 쫓아내며
이 공간의 흔적들과 매일 헤어지려 했다.
누군가 남긴 습관들이 눈앞에 펼쳐지면
나는 그저 속수무책이다.
꽤나 알뜰했던 당신이 끝에서부터 짜올려
빳빳해진 치약과
비누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갈색 머릿결.
세면대 가장자리에는
겹쳐 말라붙은 물자국들이 남아 있고
나란히 놓여 있던 욕실화는
한쪽만 비어 있는 채 방향을 잃고 서 있다.
허기가 져 열어본 찬장엔
당신의 가지런함이 그대로 정렬되어 있다.
컵 하나를 꺼내려다
늘 두 개를 함께 집던 손이 잠깐 멈춘다.
책을 정리하다가
이미 그어져 있는 밑줄 위에
손가락이 한 번 더 멈춘다.
그 문장은 내가 읽기 전부터
당신이 먼저 읽어 둔 자리였다.
당신의 취향이 묻어 있던
섬유유연제의 향으로 빨아낸 옷들에서
익숙한 냄새가 다시 올라온다.
접어 넣을수록 그 냄새는 더 또렷해진다.
날이 풀리면 찍자며 사두었던
중고 필름 카메라는
아직도 서랍 안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통을 비우려다
아래에 접어 숨겨둔 여분의 봉투를 발견한다.
끝까지 비워지지 않도록 남겨둔 친절함이
고개를 올리고 나를 쳐다본다.
손길이 닿지 않았던 어딘가에서는
몰래 적어두었던 짧은 문장들이
먼지를 품은채 살아 있다.
가끔 이 공간을 채우던
우리의 제목 없는 수다들이 귓가에 걸리고
눈을 감으면
당신의 온기가 나를 데워주는 것 같다.
이쯤되면 괜찮다 싶은 날에
적당히 취해 돌아와
비틀거리며 몸을 적실 때
구석에 자리 잡은 비누가
아무렇지 않게 그 머리카락을 품고 나를 본다.
바닥을 쓸어 모아도
구석에서는 끝내 남는 것들이 있다.
나를 적신 물방울들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그제서야 나도 함께 무너진다.
기약도 없이
예고도 없이
문을 두드리는 흔적들 앞에서
나는 결국
울음으로 방안을 채웠다.
그렇게 그동안의 내 청소는 수포로 돌아갔고
당신은 내 안에 또 이만큼이나 찾아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