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by 박다올

이미 결말이 지어진 이야기들이 밉지 않다.

너무 많은 추억들이 만들어낸 향과 조명 아래 번지던 빛,
귓가를 스치던 슬픈 노래까지 이제는 전부 내 것이다.

우리는 상상으로 집을 짓고 여러 나라를 오갔다.


떨어지는 꽃에 이름을 붙이고

흩어진 잎을 주워 조용히 닦아주었다.

그럴듯한 문장들이 적힌 종이 조각에는

예쁘게 찢기길 바라던 손길이 묻어 있다.


무겁게 짓눌리던 삶을 버티기에는

너무 야위어 있던 내 사랑,

나는 애틋한 마음을 묶어 목줄을 채워주고

어디든 다녀오라 말한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젖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차라리 모든 것이 얼어붙기를 바랐다.

있잖아요,

나는 아직도 많은 것들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살아가요.


소란스럽게 나누던 밤이
마주 부딪히던 잔의 떨림이

담배 냄새와 섞여 있던 향수와
구석의 먼지를 감추던 빛

같은 영화를 틀어놓고
같은 노래로 깨어나던 저녁이

여전히 그리워요.


바스러지는 새벽마다
내가 아끼던 것들이 불현듯 돌아온다.

서툴게 감아준 목도리가 숨을 막히게 할 줄 몰랐다.


불쌍한 내 것들,

그 외면을 다른 사랑이라 불러버려서 미안해


당신의 애인으로,
당신의 아들로,
당신의 아비로라도

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상처의 배를 가르고
다른 곳에 발을 딛을 수 있을까.


먼 하늘에 목줄을 걸어두었던 내 아이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죽을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등을 내주고

그 몸을 끌어안아 끝까지 업어주기로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 정적이 흐르는데도

이상하게 온기가 남아 있다.


충분했다.

우리의 대화는 사방에 흩어져 아직도 넘쳐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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