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궤도

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by 박다올

나는 모든 감정을 원주율처럼

무한한 숫자로 변환하고 싶다.

사랑은 5 증오는 3 외로움은 2


정수로만 세상을 잰다면

내 심장은 진자의 흔들림처럼

사랑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 오르는지

차가운 수식 위에 새겨보고 싶다.


내가 느끼는 사랑의 무게가 아무도 듣지 않는

오래된 전축의 떨림처럼 숫자로만 계산될 수 있다면

사랑이 10을 넘는 순간 그것을 놓을지

감싸줄지 모르겠다.


뜨거운 여름밤의 바다에서 느낀 열기가 12라면

그 순간 난 차가운 소금기와 전쟁을 감수할지

혹은 뜨거움 속에 나를 찢어버릴

어딘가 쓰인 미지의 수식을 풀어낼지 모르겠다.


숫자로 쌓인 감정의 겹들이

굳지 않는 반죽처럼 손가락에 들러붙고

나는 끈적한 유령 속에서 균형을 다 잡는다.

숫자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내가 서 있는 바닥이 얼마나 깊이 꺼져가는지

잠시 멈춰 그 무게를 헤아린다면


사랑과 증오가 그 사이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얼음조각처럼

내 존재를 휘감고

그 속삭임이 끓어오르는 연기의 베일 속에서


침식해 가는 순간 나는 쥐고 있던 숫자를 놓아주고

모든 감정을 던져버리듯 숨 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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