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by 박다올

(1) 시집에서 싫어하는 페이지를 다 찢어버리고 싶다.

몇 장이나 남을지 궁금하다. 그 남은 페이지들로 내가 무엇을 사랑했는지 알고 싶다.

내가 미워했던 단어들 속에 감추어진 내가 있을까?

내가 미쳐버린 문장속에 네가 아직 살아 숨쉬고 있을까?


(2)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과 매일 섹스를 하고 싶다.

섹스로 사랑이 생기는지, 그 생김새는 어떠한지 알고 싶다.

서로를 탐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인지, 끝인지,

아니면 무너져가는 두 사람의 순간적인 유희인지 알고 싶다.

주어진 시간동안 알 수 없다면 사랑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지,

아니면 사랑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몸을 던질지 고민해보고 싶다.


(3) 나는 타인의 꿈을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들의 기억속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장면들을 찾아내고

그 꿈의 주인이 잊어버리기 전에 그것을 내안에 간직하겠다.

만약 내가 그 꿈을 다 훔친다면

나는 그 꿈을 속에서 길을 잃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릴지 알아보고 싶다.


(4) 나는 고장난 우산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

비가 쏟아지면 그 우산은 나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적셔버릴 것이다.

나는 그 비 속에서 아무도 찾지 못하게 감춰지고, 나를 찾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다 씻겨나가겠지

만약 그 우산이 나를 보호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면, 나는 모든 빗방울을 사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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