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 모습도 너인걸

증명사진

by 소소

나이가 들고 잃어가는 재미 중에 하나가 있다면 내게 있어선 사진 찍는 일이다.

소위 말하는 리즈 시절엔 몇 장 찍으면 그나마 누군가에게 보여줘도 나쁘지 않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지만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입가에도 팔자주름이 짙어져 가는 나이에 접어들다 보니 이젠 화장 조명 얼굴 컨디션까지 삼박자가 맞아야만 그나마 몇 십장 중 하나 건질까 말 까다.

그렇게 별의별 표정과 머리카락을 만지며 찍다 보면 나 스스로 지쳐 핸드폰을 내려놓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갤러리엔 내 사진보단 풍경사진이나 아이들 사진 그게 전부다

점점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해볼 자신이 없어져 가는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거나 피해버리게 되는 심정이랄까..

내 머릿속 기억에 저장된 내 모습은 어쩜 리즈시절 그 순간에 멈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중학생인 큰아이가 졸업앨범에 실릴 사진을 찍고 왔었다.

집에 들어온 아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영 사진이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사진 잘 나왔냐는 물음에도 대답도 없이 뚱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핸드폰을 보여주며 "이게 나래. 나 이렇게 안 생겼는데... 정말 이상하게 나왔어"

졸업사진을 본 난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냥 평소 그 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정면 사진에 정지되어있는 모습이다 보니 다각도로 보이는 평소 모습과는 무언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그 사진 속의 얼굴도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영 인정 못하겠다는 듯 툴툴대며 절대 이 사진은 졸업앨범에 넣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어쩌자는 건지... 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로서 그냥 솔직하게 얘기를 해주었다.

증명사진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 몇 없다. 특히 우리 집 내력인 각진 얼굴에 넙데데한 면적을 가지고 있음 더더욱 사진빨 못 받는다. 타고난 미남미녀인 연예인상 아니고서는 증명사진에서 이쁘게 나오긴 힘들다고 못을 박았다.

어렸을 적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었던지라 주변에서 이쁘다는 말을 밥 먹듯이 듣고 자란 큰아이는 아직도 그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인 거라 생각하는 건지 여전히 자기 얼굴이 아니라며 인정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소년이 되면서 아이는 어렸을 적과는 좀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라는 건 알지만 가끔은 정도가 심해 보인다.

사춘기가 극에 달 했을 땐 집 앞에 편의점을 갈 때도 화장을 하던 아이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코로나로 때와 장소 상관없이 마스크를 얼굴의 일부분처럼 착용해야 하는 거에 더 만족을 하고 있다

이해가 도저히 안 되면서도 정말 이쁘게 생겼네 라며 인사말처럼 얘기를 해주던 주변 어른들이 더 문제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자신도 어린아이를 보면 무의식 중에 외모에 대한 얘기가 먼저 튀어 나갈 때가 있다 보니 누굴 탓하나 싶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 더 흔한 사회 속에서 내면보단 외모가 더욱 영향력이 있는 건 필수불가결인 건가


그렇게 하루 종일 본인 사진을 부정하던 아이는 반나절을 졸라 다시 사진을 찍으러 갔다.

다시 찍은 사진은 꼭 만족했으면 좋겠다 라며 빌었지만 사진을 찍고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보고 더 물을 수 없었다.



그러게 그 모습도 너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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