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이 더 아픈 날

관계가 무너질 때 사람이 가장 흔들린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by 매력덩


특진 발표가 난 날,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려 했다.
누군가는 어깨를 두드렸고, 누군가는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갔다.
특진이 떨어졌다는 사실보다도, 그 사실을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특진 자체로 크게 낙심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 나를 흔들어 버린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람의 민낯,
그리고 그 와중에 내가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가
누군가에게 나를 공식적으로 미워할 핑곗거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특진 서류를 올리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초과 적발 건은 빠져나갈 틈이 없는 구조였다.
연속적인 소명 과정에서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게다가 그 시점은 누군가가 나에게 실망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내 사과 메시지는 읽히고도 답이 없었고,
그 침묵은 차갑게 오래 남았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특진과는 거의 상관이 없었다.
나는 결과보다 사람에게서 받은 실망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내가 기대했던 만큼 돌아오지 않았던 마음,
평소에 쌓아온 신뢰가 흔들리는 장면,
그리고 내가 허술했던 순간에 날카롭게 들어온 실망의 눈빛들.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 바닥에서 내가 마주친 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바보 같고, 허술하고, 어쩐지 외롭고.
더 잘하고 싶었는데, 더 단단해지고 싶었는데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방식으로 흔들리는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아주 명확한 것들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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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내가 얻은 11가지의 결론

1. 하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려고 시련을 연달아 보내는 것 같다.

2. 어떤 관계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3. 하수구에 처박힌 나를 끌어낼 사람은 나뿐이다.

4. 감정과 힘을 빼고, 기계적으로 친절하되 적당히 거리 두자.

5.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모두가 자기 몫의 불공정을 견디는 중이다.

6. 이 터널을 지나면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7. 내가 준 만큼 돌아오길 바랐던 마음이 욕심이었다. 비워야 새 사람이 들어온다.

8. 비바람이 오면 몸을 낮추고 피해 가자.

9. 열 번, 스무 번 넘어져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담담히 걷자.

10. 결국 인생은 혼자 걷는 길이다. 나를 끝까지 데리고 갈 사람은 나뿐이다.

11. 타인의 감정은 내가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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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한다

어떤 관계는 이번 일을 통해 선명해졌다.
누구는 나에게 상처를 남겼고,
누구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위로를 건넸다.
그 덕분에 나는 나를 둘러싼 in과 out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문턱에 걸려 넘어졌지만, 그렇다고 패배자는 아니다.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린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단단해지는 과정일 뿐이다.

지금 나는 0이 아니라, 어쩌면 ‘–’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원래 늘 그렇게 시작해 왔다.
우직하게, 묵묵하게, 그리고 결국 해내는 쪽으로.

이번에도 그렇게 갈 것이다.
남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으면서.
이 바람 많은 길을 또박또박 걸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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