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 채우고 이 조직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내 속을 할퀸다.
무의미하다고 믿고 싶을 뿐,
나는 아직 완전히 무뎌지지 않았다.
애써 담담한 척하며 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앞으로 1년 반.
이 시간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인정받기를 포기하고 자유롭게 살기로 마음먹었는데도 마음을 다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한 사람과의 관계를 말해야 할 것 같다.
한때는 꽤 가까웠던 사이였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졌고, 그 이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가까이 가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호의와 배려를 건네면서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밀려난다.
아무도 대놓고 나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흐름 속에서 내 자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점심 식사 후, 모두가 함께 앉아 있는 자리에서 인사이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갔다.
누군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고,
누군가는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사이에서 나는 한 번도 호명되지 않았다.
그 순간 떠오른 감정은 분노나 억울함보다
이상한 찝찝함에 가까웠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나에 대해 이미 다른 판단이 내려진 건 아닐까.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웃고 있었고, 나는 그 풍경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분명히 혼자였다.
그 이후로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문제는 항상 나였나.
내가 빠지면 이 조직은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러갈까.
누군가 나를 괴롭힌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피해자가 된 것처럼 외롭다.
유독 작게 느껴지는 오늘
이 깊은 소외감 앞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 곳에 와서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미친 듯 달려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