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송치 가는 날
그 아이는 보호관찰 중이었다.
차량과 오토바이를 반복적으로 훔쳤고,
이미 여러 차례 수사 이력이 있었다.
긴급체포와 석방을 거쳤음에도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둔 지 오래였고, 보호자의 통제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아이를 고위험 위기청소년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재비행 시 우범송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고지한 상태였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숨이 가쁘다며 말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어머니는 통화 녹음 파일 하나를 보내왔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귀를 의심하게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들이 엄마에게 퍼붓는 말이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쉼 없이 이어졌다.
단어 하나하나가 또렷했다.
분노를 쏟아내며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집어던지는 소리, 괴성을 지르는 숨소리가 섞였다.
어머니는 그 시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모든 말을 받아내고 있었다.
파일이 끝나자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엄마에게.
어머니의 감정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무섭고, 서럽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덮쳤을 것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그 감정의 무게가 전화기 너머로도 느껴졌다.
어머니는 원래 이 아이가 말썽 없이 착하게 자라던 아들이었다고 했다.
의젓하고, 배려심 많고, 동생을 잘 챙기던 정 많은 장남이었더란다.
그러다 아버지가 강제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그 사실을 숨겨오다
결국 큰 아들이 알게 되면서 아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욕설과 폭행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끝까지 감췄다.
아들의 패륜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자기 잘못인 것처럼 견뎠다.
하지만 키와 체구가 커진 아들이 위협이 되기 시작하면서, 더는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타 지역을 오가며 오토바이를 훔치고,
무면허로 운전했다. 반성의 기색은 없었다.
사회에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긴급동행영장이 발부됐고, 그날 바로 집행했다.
소식을 듣고 할머니가 급히 달려왔다.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인지 진물인지 모를 것을 연신 닦아냈다.
어머니는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둘째 아들의 폭력으로 다친 손이라고 했다.
아이의 볼을 만지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울었다. 말이 나오지 않는 울음이었다.
아이는 무표정했다.
ㅡ갔다 올게
짧게 말하고 차에 올랐다.
안양에 있는 분류심사원으로 향하는 동안, 백미러로 아이의 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날이 선 눈매, 반듯한 콧날, 또렷한 입술선. 또래 사이에서 눈에 띄었을 얼굴이었다.
저 얼굴로, 그 욕을 했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행한 직원이 가볍게 말을 붙였다.
누구랑 어울리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아이는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 문제는 한 사람을 격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를 둘러싼 관계는 이미 깊게 얽혀 있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결국 뼈 때리는 말을 꺼냈다.
“네가 만난다는 그 여자친구도,
지금은 네가 좋으니까 만나는 거야.
조금 더 커서, 보는 눈 생기면 너 같은 애는 안 만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지.
어머님께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잖아. 너”
차 안은 조용했다.
그 말이 그 아이의 가슴에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심사원에 있는 동안, 자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길 바랐다.
그 말은 훈계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까웠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ㅡ생활 잘하자, 아프지 말고.
아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 아이는 알까.
자기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말없이 무너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날 이후로도,
나는 가끔 서늘했던 그 아이의 눈빛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