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은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라

by 최재식

경제적 장애물을 뛰어넘고 싶다면


은퇴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은 뭐니 뭐니 해도 노년의 경제 문제 아닐까요? 아무리 은퇴하고 싶어도 생계 대책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폐지를 줍는 일이라도 말이죠. 하지만 일상적인 노후 경제 대책은 다들 아실 테니, 저는 여기서 두 가지 핵심 사항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장애물: ‘빚’은 은퇴 전 싹 다 청산하라!


은퇴를 가로막는 첫 번째 경제적 장애물은 바로 ‘빚’입니다. 만약 빚이 있다면 은퇴하기 전에 이것부터 없애세요! 고정 수입이 있을 때, 빚은 싹 다 청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빚을 만들 생각은 아예 접으셔야 해요. 왜냐고요? 그래야 인생 2막에서 생활고 때문에 허덕이지 않으니까요!


‘노년 파산’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소득도 없이 매일 빚 걱정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노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상상해 보세요. 생활비 없어서 정부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자식들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는 삶을요.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저 목숨이 붙어있으니 사는 세상, 서러워도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그런 삶을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지 않으신가요?


빚은 보통 적은 금액의 마이너스통장을 쓰면서 시작된다고들 하죠. 수시로 현금서비스 받고, 대출 원금은 갚지 않은 채 이자만 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겁니다. 빚은 그냥 두면 자꾸만 불어나서 나중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악성 채무’가 되어버려요. 그러니 부채관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 적은 금액이라도 마이너스통장이나 현금서비스 사용은 정말 자제하셔야 합니다. ‘카드 돌려막기’는 파산의 지름길이라는 점, 꼭 명심하세요.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같은 것도, 당장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면 아예 받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외식과 소비를 줄이고, 지금부터라도 긴축 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빚은 그냥 놔둔 채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가족들과 먹고 즐기기만 하다가는 인생 말년을 배고프게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신다면, 그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세상에 ‘그냥’ 되는 건 거의 없어요!


자녀의 유학이나 결혼 때문에 빚까지 내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그런데 소득이 급감하는 기나긴 은퇴기를 어떻게 살아갈지,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은퇴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적극적으로 위험을 피해야 합니다.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지 마세요. 특히 주택을 저당 잡히는 일은 절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기지(mortgage)’라는 단어, 라틴어로 ‘죽음(mort)’과 ‘서약(gage)’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잘못된 경제관념과 지나친 부채는 정말 죽음을 약속하는 끔찍한 서약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두 번째 장애물: ‘무소득 크레바스’에 빠지지 마라!


두 번째 은퇴를 가로막는 경제적 장애물은 바로 퇴직 직후에 닥치는 ‘무소득 크레바스’입니다. ‘크레바스(crevasse)’는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뜻하는데요, 우리 인생에서는 퇴직 이후부터 연금을 받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없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인생에서 현금 흐름의 거대한 틈이 생겨버리는 거죠.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모두 연금 지급이 개시되는 나이가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년이 60세인데, 공적 연금은 60세부터 65세 사이에 지급이 시작되죠. 그러니 퇴직하고 공적 연금이 지급될 때까지 무소득 크레바스가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정도나 됩니다. 미리 앞당겨 받는 ‘조기 연금’이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계속 감액된 연금을 받아야 하니, 이 또한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래서 퇴직 후 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 ‘균열의 절벽’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무소득 크레바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절약하면서 개인연금을 들어 두거나 저축을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동산을 마련해서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은퇴를 대비해서 미리 ‘가교 직업(bridge job)’을 탐색하고 이를 준비해 두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겁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일주일에 5일은 현직 근무를 열심히 하고, 주말 이틀 동안은 은퇴 후 할 일을 준비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10여 년을 준비해서 퇴직하자마자 주저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은퇴 후에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영업은 무작정 뛰어들 일이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힘들게 모은 퇴직금만 날리기 십상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치킨 공화국’이나 ‘커피숍, 음식점 천국’이 된 것은 장사가 잘돼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진입장벽이 낮고 쉽게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만큼 쉽게 문을 닫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분야에 진출하시더라도, 현직에 계실 때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 놓아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은퇴 후 무소득 ‘크레바스’를 어떻게 메울 계획인가요?





노후 재무 설계? 돈 없다고 포기하면 안 돼요!


어느 포털사이트 은퇴자 모임 카페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참 막막하겠구나! 하고 연민의 정이 느껴지더군요.


“저는 올해 쉰을 갓 넘긴 ‘임계장’입니다. 남들이 붙여준 별명이죠. 임시 계약직 신분으로, 정말이지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내년 재계약은 꿈도 못 꿉니다. 지금은 이렇게라도 벌어서 먹고살지만,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해질 때가 있어요. 은퇴 준비? 솔직히 저에게는 그저 사치처럼 들립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당장 오늘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무슨 수로 미래를 준비한단 말입니까? ‘그건 배부른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지!’라고 저도 모르게 푸념이 나오는군요.”


맞아요. 노후 준비라는 말이 어쩌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존심을 긁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고, 때로는 깊은 허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수입이 많아야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수입이 많은 분들은 노후 설계가 덜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냥 쌓아둔 돈 쓰면 그만이니까요. 반대로 수입이 적은 사람들이야말로, 요리조리 머리 써서 알뜰하게 꾸려나갈 재무 설계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떤 분들은 “나이 들면 크게 돈 들어갈 일 없겠지, 많이 먹어봐야 배탈만 날 것이고…”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가 떠오르더군요. 따먹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달린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고 투덜대며 포기해 버리는 여우 이야기 말입니다. 혹시 당신도 지금 너무 높은 곳에 달린 ‘노후 준비’라는 포도를 보며 “에이, 저건 나랑 상관없어!”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나이 들면 돈 들어갈 일이 정말이지 많습니다. 노년에 돈이 없다는 것만큼 인생을 서글프게 하는 것도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 당장 사는 것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춥고 배고픈 노년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리 경제적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다람쥐가 가을 내내 틈만 나면 도토리를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두는 것처럼 말이죠. 왜 그렇게 할까요? 추운 겨울 배고플 때 찾아 먹기 위해서 아니겠어요? 우리도 다람쥐처럼 어떻게든 노후의 여유 자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자, 그렇다면 우리의 노후를 위한 재무 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제가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1.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세요!


은퇴 후에도 매달 또박또박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매달 받을 수 있는 공적 연금은 물론이고,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도 꾸준히 붓는 것이 좋습니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고요.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찾아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 무계획적인 인출로 돈이 바닥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원금을 야금야금 빼먹다 보면 불안해서 밤잠을 설치게 될지도 모르고요.


2. ‘최소 20년’은 버틸 생각으로 장기 관리하세요!


은퇴 자산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긴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야 부담이 적으니,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은퇴 자산은 적어도 20년, 아니 30년 넘게 관리하면서 사용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은퇴 후의 삶이 생각보다 길거든요. “팔다리에 힘 빠지면 돈 쓸데가 없어지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병원비는 늘어나고, 수발 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3. 은퇴 자산은 ‘목적 외 사용 금지’!


이건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요, 은퇴 자산은 절대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자녀에게 과도한 학자금이나 결혼 자금을 지원하거나, 출가한 자녀의 집 마련, 혹은 사업 자금으로 은퇴자금을 쓰는 것은 정말 곤란합니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사주고, 사업 자금 대주었다고 해서 우리의 노후를 그들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제는 자기 노후는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자식 일인데 어찌 모른 척할 수 있나요?” 하고 생각하며 도와주다가는 분명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물론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한번 상상해 보세요. 생활비가 없어서 정부의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말입니다.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그저 목숨이 붙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세상, 서러워도 소리 내 울지도 못하는 그런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뭐 어떻게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 당장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의 행복한 노년을 위해 재무 설계는 꼭 필요하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노후 재무 설계, ‘신포도’처럼 포기하지 않고 시작할 용기가 있으신가요?





파이어족의 삶은 어떨까?


제가 자주 글을 포스팅하는 어느 은퇴자 모임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더군요. 내용을 좀 정리해 봤습니다.


“이게 아닌데, 정말 이게 아닌데…, 매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세월은 흘러 나이는 자꾸 들어갑니다. 직장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영혼까지 바쳐 일했지만, 글쎄요, 마음은 점점 회사와 멀어져만 갑니다. 사명감도, 재미도 없이 그저 인내하며 견디는 방식으로 직장을 다녀서는 행복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모든 진을 빼고 퇴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나가면 다리 떨려서 제대로 놀지도 못할 것 같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에 말이죠.”


글쎄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포기하지 않고 참고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는 말, 이젠 좀 옛날이야기 같지 않나요? ‘천직’이라는 말도 솔직히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괴롭히면서 자신을 소멸해 간다면, 이건 좀 모순 아닌가요?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삶의 불꽃이 사그라들면, 정말이지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지요. 인생, 이렇게 피 말리듯이 살아야 할까요? 빨리 자유를 찾아서 재미있게 놀듯이 살아보면 어떨까요? 그의 다음 말을 들어볼까요?


“퇴직만 하면, 이것저것 살필 것 없이 오롯이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늦게 퇴직할수록 지위도 올라가고 연금도 불어나는 건 알아요. 그런데 말이죠, 그러다가 혹시 내구연한을 넘긴 폐가전제품처럼 버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퇴직할 생각을 했다면, 저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직장을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여기에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젊어서 직장을 떠나면 밥은 누가 먹여주나요? 남보다 한 삽 더 떠야 겨우 밥 한술 들어오는 경쟁사회에서, 일찍 은퇴해서 마냥 놀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런 경제 대책도 없이 무작정 은퇴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나이 40~50에 퇴직한다면 여생이 30~40년은 족히 될 텐데, 이건 정말이지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죠.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은퇴라고 해서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침묵의 서원을 한 뒤, 기도와 명상으로 나날을 보내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놀고, 쉬고, 그리고 일도 하고… 이렇게 살면 되는 겁니다. 무엇이든 놀듯이 재미있게 해야 지치지도 않고 성과도 나는 법이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사람이 힘들게 견디면서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혹시 당신은 ‘파이어(FIRE)’의 삶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뜻하는 파이어(FIRE). 사실 요즘 젊은 층에서 이런 파이어족의 삶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정말 모질게 아끼고 저축하면서 재산을 형성해야 하니까요. 아울러 가장 작은 비용으로 살기 위해 소비 생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파이어족이 단순히 짠돌이와 다른 점은, 왜 아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런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동체가 생기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과도하게 일하고 지나치게 소비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파이어족이 지향하는 것은 여유롭고 스트레스 없는 삶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휴가처럼 지내는 건 아니죠. 인생에서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겁니다. 파이어족은 ‘최소한의 생활’을 추구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 방식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좋은 방법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파이어와 관련해서 우리가 꼭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 인생에서 완전한 은퇴라는 게 정말 있기나 할까요?

∙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어지면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 극단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추구했을 때, 얼마나 우울해지고 소외감을 느끼게 될까요?


이것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파이어족의 삶을 실천해야 실패가 없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은퇴하고 나면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위 살필 것 없이 오롯이 내 삶을 살 수 있죠. 싫은 일 안 해도 되고, 힘든 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된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삶인가요?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되도록 빨리 은퇴하고 싶어 하는 거겠죠.


그러나 조기 은퇴는 우리가 꿈꾸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자신의 삶을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후반기 인생을 절벽으로 밀어낼 수도 있으니 추락하지 않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파이어는 남은 평생을 해변에서 포도주나 마시며 보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당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어쨌든 다들 ‘피곤한 술집 사장’에서 ‘조용한 선술집 손님’으로 바꿔 살기를 바라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하는 일을 줄이지 못하고 허덕대는 사람도 문제지만, 대책 없이 놀고 쉬려고만 해서도 안 되는 일이죠. 잠깐 멈춰 서서 조용히 나 자신을 한번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


당신의 ‘파이어’는 어떤 불꽃을 품고 있나요?





마음을 바꿔야 내일이 보인다


제가 생각하기에, 은퇴 후의 삶을 위해서 재무적인 준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심리적 전환’입니다. 은퇴는 이전의 삶에 작별을 고하고, 인생의 항로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은퇴했다고 세상이나 주변 환경이 갑자기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거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인생의 거대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고집불통 함장님과 등대지기의 일화!


어느 날, 전함 한 척이 악천후를 만나 바다에서 고립되었다고 합니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죠. 그때 멀리서 불빛 하나가 빠르게 전함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함장은 건너편 배에 신호를 보내 기수를 돌리게 하라고 명령했죠. 그런데 놀랍게도 건너편에서는 오히려 전함의 기수를 돌리라는 답신이 돌아왔습니다. 상대편 병사의 무례한 반응에 함장은 기분이 몹시 상했고, 다시 한번 기수를 돌릴 것을 강하게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건너편 병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함장님이 기수를 돌려 우회해야 충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등대지기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함장은 즉시 전함의 코스 변경을 지시했습니다. 만약 함장이 계속 고집을 부렸다면, 그 전함은 등대와 충돌하여 침몰했을 겁니다.


톨스토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인간을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만, 정작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변화를 통한 자기 경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도,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참 많죠.


《화엄경》에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라고 했습니다. 현역의 자리를 기꺼이 내려놓고 성공적인 노년을 맞이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겨울 내내 인내하며 피어난 고상한 목련꽃도 개화를 끝내면 미련 없이 떨어져야 합니다. 계속 매달려 있으면 추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도 때가 되면 아름답게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은퇴한다고 해서 우리가 갑자기 ‘중요한 인물’에서 ‘하찮은 인물’로 전락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부디 과거의 성취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주세요. 이제 직업인이 아닌,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멋진 사람으로 마음을 새롭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직업은 생계유지와 노후연금을 위해 하는 활동일 수 있지만, ‘보람찬 일’은 하나의 가치를 세상에 더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효대사께서 해골 속에 고여 있던 물을 마시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라는 것을 깨달았듯이, 아름다운 은퇴도 결국 우리 자신의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요?


당신은 등대지기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고집불통 함장님이신가요?





어제를 기준으로 내일을 재지 말아요


저는 은퇴와 관련한 ‘심리적 전환’은 과거의 실체와 정체성을 버리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과거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더군요.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유지해 온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공유해왔던 자신의 본질적인 특성들까지도 버려야 하니,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과거의 틀에 갇혀 있지는 않으신가요?


게다가 인간은 원래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성’이라는 성향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존의 생각, 습관, 방법들을 고수하려 하죠. 무엇보다 변화는 자기가 가진 기존의 권한이나 일들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통과 아픔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또한, 변화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긴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용기를 내어 변화를 추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변화 앞에서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19세기 초,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가 연구한 ‘열 짓는 쐐기벌레’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파브르는 리더 역할을 하는 쐐기벌레를 꾀어 커다란 화분의 가장자리를 맴돌게 했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쐐기벌레가 대열을 정비하고 우두머리의 뒤를 쫓아 화분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죠. 이 곤충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우두머리의 뒤를 따르며 먹이를 향한 행군을 계속했답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먹잇감은 바로 몇 인치 위에 놓여 있었어요. 놀랍게도 이 작은 행렬의 무의미한 행군은 며칠 동안이나 이어졌고, 결국 탈진과 배고픔으로 인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은퇴라는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현역 시절의 방법과 특성을 버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도 이 쐐기벌레들처럼 고난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은퇴했는데도 생각 없이 엉뚱한 길을 계속 달릴 작정인가요? 힘든 역경 속에서 얻어낸 것들이니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실 수도 있겠죠. 그러나 《법화경》에서 비유하고 있듯이, 뗏목을 이용해 이미 강을 건넜다면 그 뗏목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됩니다. 강을 건너 땅을 밟고 가면서도 예전에 소중했던 물건이라는 이유로 버리지 못한다면, 그 뗏목은 그저 불편한 짐이 될 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혹시 내려놓지 못하는 ‘뗏목’이 있으신가요?


물론 이런 것을 다 이해한다고 해도,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현역 시절의 사회적 지위 의식을 버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은퇴 후에도 종전의 지위와 자존심에 갇혀 집에서 맴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은퇴와 함께 그 지위와 자존심도 함께 은퇴시키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전진을 가로막을 뿐이니까요. 현직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은퇴 후의 세상도 충분히 살 만하다는 것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로 살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신바람 나는 삶인지요!


현직을 바탕으로 은퇴를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퇴는 또 다른 세상이니까요. 생각을 바꾸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뿐만 아니라, 무한한 자유와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면 세상은 무한대로 넓어집니다. 본래 자신의 색깔대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현직의 장벽에 갇혀 그 색깔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요. 부디 아집으로 아름다운 인생 후반을 망치지 맙시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로 여행을 갔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를 맞이한 건 여행 기간 내내 몰아닥친 지독한 비바람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여행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죠. 그 후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정말 갈 곳이 못 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가족들이 아무리 제주도로 가자고 해도 그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요. 많은 세월이 흘러 그는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한번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고, 보이는 풍경 역시 숨 막히는 절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아, 제주도는 정말 많이 변했단다.”


제주도가 변하긴 뭐가 변했겠습니까? 제주도의 날씨는 예나 지금이나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비와 바람도 심합니다. 그저 방문했던 시기의 날씨가 달랐을 뿐이죠.


당신의 ‘내일’은 어떤 날씨로 그려질까요? 어제의 기준으로 내일을 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잘 다스려야 할 심리적 변화


은퇴라는 변화는 빠르게 찾아오는데, 맙소사, 내적인 심리 전환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가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 예, 예”하며 적응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새롭지도 낡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에서 한동안 갈등하게 되죠. 끝내기와 새로운 시작의 중간 단계에서는 불안이 커지고, 하려던 의욕은 바닥을 칩니다. 때로는 방향 감각을 잃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회의감에 빠질 수도 있어요.


‘정년 공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양복을 챙겨 입고 어디론가 향하다가, 막상 전에 다니던 회사 건물 앞에 다다라서야 “아차! 이제 내가 올 곳이 아니었지!” 하고 발길을 돌리는 겁니다. 이렇게 무심코 옛 직장까지 갔다가 낙담한다면, 정년 공황이 온 것이죠. 바쁘게 움직이는 군중 속에서 문득 “내가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에 휩싸이면서 당혹해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퇴직 후 대인관계를 피하면서 외부 출입을 중단하고, 심하면 자폐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직 직장 생활만이 삶의 전부인 양 충실했던 사람, 퇴근 시간 이후에도 직장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사람이나, 휴일까지 반납하고 오로지 일에만 몰입했던 사람일수록 더 큰 정신적인 좌절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일하는 것이 미덕이고 일하지 않는 것은 나태!”로 여겨지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 역시 큰 상처를 입게 되죠. 이제 사회나 가정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무기력과 자괴감에 휩싸여 우울증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은퇴 직후 각종 통증과 식욕 감퇴, 불면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불안, 초조, 우울 등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퇴직 후 1년 사이에 갑자기 머리칼이 하얗게 세면서 늙어버리고, 심한 경우 모든 의욕을 잃어버리고, 결국 건강까지 잃게 되는 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이렇게 되면 수십 년간 부어온 기여금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연금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셈이죠. 경제적인 준비 못지않게 마음의 준비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중간 단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가장 창조적인 단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단계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의 단계이며, 전환의 핵심이기도 하죠. 그래서 안정적인 은퇴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심리적 전환의 중간 단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은퇴와 함께 좌절을 겪으면서 분노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적절하게 관리된 좌절 이후의 분노는 새출발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분노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자신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정서적인 반응이니까요. 네, 맞아요! 화를 내되, 현명하게!


그러니 섣불리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 나는데도 겉으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결국 속병이 생기거나, 화를 은밀하게 품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분노는 우주에 발산하고, 한동안 마음이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고치를 엮지 않는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없듯이, 긍정적으로 변화의 과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은퇴를 맞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내 안의 애벌레’는 지금 어떤 고치를 엮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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