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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심이 Nov 19. 2024

딸의 이야기 6

딸의 인생






나와 아빠의 갈등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아빠와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모든 게 좋아 보이던 철없는 시절의 딸은 

항상 부딪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중학생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해보고자 하는 도전적인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중학생 때 못해본 것 중 하나인 방송반에 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니 동아리 선배들이 각 반에 들러 각자의 동아리들을 홍보했다.


방송반은 방송을 제작하는 남들이 쉽게 경험해보지 못하는 일을 접할 수 있고,

아침마다 방송을 준비해야 하니 

생활기록부(줄여서 생기부라 한다)에 채워야 하는 봉사시간도 채울 수 있다는 말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당시에 내신뿐만 아니라 대외활동도 어느 정도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보기에도 멋져 보이는 일을 하는 방송반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봉사시간까지 채우게 된다면 일석이조라 생각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봉사시간은 핑계로 남들이 보기에 멋져 보이는 일을 하는 것과 방송반을 하게 되면 동아리 사람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동아리 가입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갔었고 

해당 동아리엔 응시한 인원이 많아 면접이 1차, 2차로 이루어졌다.    

 

1차 면접에서 재밌게 즐기면서 이야기하고 왔고,

당시엔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명의 친구들을 설득해서 같이 방송반 면접에 갔었는데

그게 또 즐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1차에 붙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1차 면접에 붙었으니 방송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방송반에 들어가게 되면 매일 아침 7시까지 등교해야 하니

부모님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면접 결과 통보받은 저녁에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때 당시 부모님이 입시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생기부에 필요한 봉사 시간을 채워주는 방송반을 흔쾌히 허락하실 줄 알았지만

내 생각보다 

여러 세대를 거친 부모님과 나의 의견 차이가 

간극이 크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빠는 

“방송은 딴따라나 하는 짓이다.”     


“방송하는 애들은 질이 안 좋고

(그때 당시 아빠의 학창 시절에는 방송하는 친구들이 성적이 좋지 않고 소위 질이 안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게 되면 공부하지 않는다.”     


“봉사시간 채우는 시간에 공부해서 성적 잘 받으면 그건 의미 없는 짓이다.”

라고 말했고     


당연히 부모님이 허락할 거라 생각했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말에 굉장히 화가 났다. 

    

내가 어느 정도 떼를 쓴다면 늘 못 이기는 척 받아주었는 부모님이라

당연히 울고 떼쓰고 하면 허락해 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완고하셨다. 

    

그래서 소위말하는 ‘생떼의 강도가 약해서 내 의견을 반영해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여

더더욱 소리 지르고 문 닫고 벽을 두드리며 시위를 해보았지만

부모님은 생각을 굽히지 않으셨다.     


이는 감성적인 사춘기 딸에게는 

‘부모님은 날 이해하지 못해. 딸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꽉 막힌 생각으로 의지를 꺾는다.’라는 

생각의 방향으로 가게 되었고

그런 생각은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화의 씨앗이 되었다.

     

딸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아빠에게 굉장히 화가 났고

나 또한 아빠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뾰족한 마음은 그대로 행동으로 표출되었고

이는 아빠에게 있어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동아리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보단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고집을 부리고 

버릇없이 행동하니 아빠 입장에선 훈육의 일환으로 많이 다그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엔 날 이해하지 않는 아빠라는 존재가 너무 싫었다.     


대화도 하기 싫었다.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되지 않았으니 

피하게 되었고

대화의 단절은 곧 관계의 악화에 기인하게 되었다.     


결국 동아리 2차 면접은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로 못 가게 되었고

함께 면접 보자고 말했던 친구들에겐 

먼저 권했던 친구가 빠진 우스운 상황이 되었다.


"2차 면접 보러 가자~!"


"미안, 나 못 가. 부모님이 가지 말래"


이러한 대화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한 아빠에게 굉장히 화가 났다.


같이 방송반에 면접보자 권했던 친구들에게 면이 서질 않았고

2차 면접에 간 친구들이 부러웠으며

이 이후론 다른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생각보단 

'이런 건 부모님이 싫어하실까'라는 먼저 걱정부터 하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과 상황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니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이 커졌고

'아빠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라는 생각보단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밉다'라는 마음만 더더욱 커지게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시절이 학창 시절 내내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아빠와 딸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어렸을 때와 달리 데면데면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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