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다 마주한 것들
다음 주말, 나는 엄마 집 주방에 섰다.
노트의 첫 번째 레시피부터 따라 해보기로 했다.
된장찌개.
엄마가 평생 끓이던 것.
나도 셀 수 없이 먹은 것.
하지만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언제나 엄마가 해줬으니까.
당연하게 받아 먹었으니까.
그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일인지를 이제야 생각하게 됐다.
노트를 펼쳤다.
된장찌개 멸치 육수 —
국물용 멸치 한 줌, 다시마 두 조각, 물 넉넉히.
끓으면 다시마 먼저 건지고 멸치는 조금 더 끓인 뒤 건진다.
육수는 충분해야 한다.
찌개는 국물이 생명.
된장 두 숟갈 반.
고추장 반 숟갈 섞으면 색이 좋아진다.
두부는 크게 썰 것. 작게 썰면 다 부서진다.
마지막에 청양고추 꼭. 이게 없으면 맛이 밍밍하다.
— 혜원이는 청양고추 못 먹으니까 혜원이 주는 건 따로 덜고 나서 넣을 것.
마지막 줄에서 손이 멈췄다.
혜원이는 청양고추 못 먹으니까.
나는 매운 걸 못 먹는다.
어릴 때부터. 식당에 가도 순한 맛을 고르고, 라면도 신라면은 힘들었다.
그걸 엄마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에 적어뒀다는 걸, 나는 몰랐다.
자기를 위한 메모가 아니라, 나를 위한 메모가.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이걸 보면서 청양고추를 따로 넣었던 것이다.
내가 없는 날도, 나 혼자 먹는 날도, 내가 다 큰 뒤에도.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엄마의 된장찌개는 그냥 엄마의 된장찌개였다.
맛있고, 따뜻하고, 당연한 것.
그 당연함 뒤에 이런 메모가 있었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매번 나를 생각하면서 이걸 끓였는데, 나는 그냥 먹었다.
멸치를 꺼냈다.
한 줌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노트를 다시 봤다.
그냥 한 줌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엄마의 한 줌과 내 한 줌이 같을 리 없었다. 엄마 손이 나보다 컸으니까.
조금 더 잡았다가, 조금 뺐다가, 그냥 대충 잡았다.
육수가 끓는 동안 두부를 잘랐다.
크게 썰었다. 작게 썰면 부서진다고 했으니까.
된장을 두 숟갈 떠서 넣고, 반 숟갈은 고추장을 섞었다.
색이 좋아진다고 했으니까.
색이 정말 달라졌다.
더 붉고, 더 먹음직스러웠다. 이게 엄마가 말한 색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맞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넣으려다가 잠깐 멈췄다.
그냥 안 넣었다.
오늘은 나 혼자였으니까.
엄마가 따로 덜어줬던 것처럼.
찌개를 한 입 먹었다.
맛이 비슷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뭔가 조금 달랐다.
손맛이라는 게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엄마가 아니어서 다른 건지. 모르겠었다.
그냥 맛있었다.
혼자 밥을 먹는데 눈물이 된장찌래로 뚝 떨어졌다.
아무 이유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맛있어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다.
가슴한 켠이 먹먹해진다.
눈물이 자꾸 났다.
닦고 먹고, 또 닦고 먹었다.
찌개가 다 식도록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