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다 마주한 것들
두 번째 레시피는 갈비찜이었다.
노트에서 갈비찜 페이지를 펼쳤을 때, 거기에는 다른 것들보다 메모가 많았다.
레시피 옆에 작게 적힌 글씨들이 여백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처음에 쓴 글씨 위에 또 덧붙이고, 그 옆에 또 적고. 세월이 쌓인 것처럼 글씨도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갈비찜 고기는 핏물 빼는 게 제일 중요.
찬물에 한 시간 이상.
귀찮아도 꼭.
양념 — 간장 다섯 숟갈, 설탕 두 숟갈, 참기름, 다진 마늘, 배즙 조금.
배는 갈아서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당근은 늦게 넣을 것.
일찍 넣으면 다 물러진다.
※ 처음 만든 날 : 1989년 10월. 시어머니한테 배움. 처음엔 너무 짜서 혼났음.
※ 1993년 : 설탕 한 숟갈 줄임. 이게 우리 집 맛.
※ 2001년 : 혜원이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처음 해줌. 맛있다고 두 그릇 먹었음.
2001년. 내가 중학교 입학하던 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입학식 날 저녁에 갈비찜을 먹었다.
맛있었다. 두 그릇 먹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서 TV를 봤다. 그게 다였다. 그날 저녁의 기억은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엄마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노트에 적어뒀다. 맛있다고 두 그릇 먹었음. 그 한 줄이 엄마한테 얼마나 기뻤으면 적어뒀을까.
나는 그냥 먹었는데, 엄마는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1989년. 엄마가 시어머니한테 배운 해.
그때 엄마는 스물여섯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고, 낯선 집에서 낯선 음식을 배우던 시절.
스물여섯의 엄마가 처음 갈비찜을 만들었고, 너무 짜서 혼났고,
그로부터 4년 뒤에 설탕을 줄여서 '우리 집 맛'을 만들었다.
우리 집 맛.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나는 엄마의 갈비찜을 그냥 엄마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맛인 줄 알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 맛이었으니까.
그냥 주어진 것처럼.
하지만 그건 엄마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실패하고, 고치고, 조금씩 다듬어서 만든 것. 4년이 걸려 완성한 것.
그 과정이 노트 귀퉁이에 조용히 적혀 있었다.
나는 엄마의 삶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물여섯의 엄마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갓 결혼해서 낯선 부엌에 서 있던 엄마를.
처음 갈비찜을 만들고 혼났을 때 어떤 표정이었을지를.
갈비를 찬물에 담갔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귀찮아도 꼭, 이라고 했으니까.
배를 갈았다.
당근은 나중에 넣었다.
일찍 넣으면 다 물러진다고 했으니까.
한 시간을 졸이는 동안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냄새가 점점 진해졌다.
그 냄새가 어릴 때 명절 아침 냄새와 같았다.
냄새는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는 걸, 주방 한가운데 서서 실감했다.
완성된 갈비찜은 기억 속의 맛과 비슷했다.
정확히 같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이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손이 다르면 조금씩 달라진다.
그걸 인정하면서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먹으면서 또 그리워졌다.
그 손맛이
요리하고 있는 그 뒷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