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영 Aug 19. 2021

스타트업 디자이너 체험기

짧지만 짧지 않았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연한 기회로 스타트업에서 지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했다. 정규직이 아닌 인턴직이었으며, 길지 않은 기간이었기에 부담 없이 지원했고 별 어려움 없이 입사할 수 있었다. 회사는 설립일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아주 초기단계의 로봇개발 스타트업이었고, 경력이 없는 나지만 이곳에서 시각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많지 않다는걸 직감했다. 


웹사이트 디자인과 여러가지 굿즈(?) 같은것을 만들게 될 줄 알았던 나는 ppt 디자인을 수정하고 일러스트를 제작하고 앱 기획서를 쓰고 있었다. 주어진 업무들이 하나같이 맥락 없고 드문드문 이어서 초반에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급기야 한동안 일이 없을 때는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뜬금없이 에프터이펙트 툴을 독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던 작업중에도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했던 고민들은 분명 의미있는 것들이었다. 


ppt 디자인을 수정하며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에게 정보를 더욱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했고, 처음 해본 앱 기획서와 UI디자인은 사용자 측면에서 내 디자인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일러스트를 제작할 때는 회사 브랜드 컬러를 적극 활용해서 일관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퇴사를 앞두고 회사소개서를 만들 땐 내가 그동안 작업하며 나름대로 머릿속에 구축했던 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녹여내며 작업했다. 애초에 CI와 브랜드 컬러 몇가지 외에 디자인 시스템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에 고작 3개월짜리 인턴이 손 댈수 있는 범위가 넓었지 않았나 싶다.


다시 취준생의 신분으로 돌아왔지만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인턴 기간동안 매일 출근해서 뭐라도 해 보려고 발버둥치던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을 더 소중히 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MODU 브랜드 디자인 과정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