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된다. 3년 전, 의사선생님께서 "이대로 가면 죽습니다."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하셨다. 키 175CM, 체중 110KG에 육박했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부터 내 기준에서 뚱뚱했다. 85kg쯤 되었다. 직업의 특성상 장기 출장이 많아 대부분의 밥을 사먹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주전부리 먹는 것을 좋아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남편의 몸은 점점 비대해져 최고점까지 찍게 되었다. 110kg!! 몸에 열이 많고, 더운 것을 싫어한다.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고, 땀도 많아 여름에는 외출 및 휴가를 잘 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과자 한 봉지를 사면 다 먹지 못했다. 남은 과자도, 아이들이 남긴 밥도 남편이 다 먹었다. 가끔은 잔반 처리반처럼 느껴지지곤 했다. 과체중으로 결혼초부터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 성인병은 당연히 왔고, 집안의 가족력이 있어서 나는 항상 예민해졌다. "그만 먹어, 운동해"등 매일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130만원 주고 산 자이언트 자전거는 10년째 주인만 기다리고 있다. 오죽하시면 어머님께서 "제발 우리 손주들은 엄마의 피를 닮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시댁에 갔던 어느 날, 대뜸 어머님께서 나를 혼내셨다. 이유는 점점 뚱뚱해지는 남편이었다. 가족력도 있고 신경이 쓰이셨던 어머님께서 "남편이 먹으려고 하면 먹지 못하게 하고, 운동도 시켜라"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 못 키워 그런 것을 며느리를 혼냈다고 하시며 바로 사과하셨다. 어머님이 측은해 보였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이 미웠다. 110kg에 육박했던 체중은 녹차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기 시작하며 100kg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90kg까지 되었다. 운동 및 식이 조절은 하지 않았다. 당뇨로 약을 먹는데 그 영향인듯싶다.
현재 남편은 저녁에 간식을 끊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집밥을 먹으며 양을 조금 줄였다. 그리고 걷기 및 달리기를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10kg을 감량해서 현재 체중은 79kg~80kg이다.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나 할 말이 있어, 아령 20kg 샀어"라고 말한다. 푸시업을 하는데 근육이 팔의 뒤쪽은 생기는데 앞쪽은 물컹물컹해서 싫다고 한다. 밥 먹다가 "하하하하하" 빵 터졌다. 남편의 달라진 모습으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혼해서 했던 그 많은 잔소리도 어머님의 걱정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며, 눈에 보이는 결과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남편은 79kg의 체중을 재고 기록을 남긴다. 몇 수십 년 만에 보는 자신의 체중이라고 한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남편은 거북이처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