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충전 가을 나들이. 서울 투어 마라톤 참가로 남산 서울 타워 전망대 입장권을 줬다. 나와 남편 2장이 있으니, 두 장 더 구매해서 넷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한테 "내일 남산 서울 타워 갈까? " 하고 물어봤다. 사춘기 자녀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쉽지 않다. 큰애는 "안 가요."라고 대답한다. 딸한테 물어보니, 오빠가 안 가면 안 간다고 한다. 남매는 쌍둥이 같아서 한명이 안가면 심심해 한다. 큰아이에게 동생의 뜻을 전했고, "너희가 가지 않으면 아빠와 둘이 데이트하고 오겠다."고 했다. 살짝 고민하더니 "서은아 우리도 남산타워 가자"라고 말한다.
서울 살이 20년된 남편은 남산, 63빌딩, 롯데타워도 안 가봤다고 한다. 지난주 대체공휴일 및 개천절에 일해서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가족과 나들이를 간다. 넷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이 낯설다. 아이들이 어릴 때 지하철을 탄 적이 있는데 남편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할까 봐 의식했다. 그 후 한 번도 넷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않았던 것 같다. 훌쩍 큰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오랜만에 나들이를 갔다. 소풍가는 기분이라 김밥도 싸서 가면 좋은데 귀차니즘에 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버스를 타고 남산에 도착했다. 가을 소풍을 온것처럼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왔다. 걷기에 좋은 날씨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걷는다. 때로는 싸울 때도 있지만 우애 좋은 남매는 잠시 사춘기를 잊게 해주는 것 같다. 큰아이가 바람막이 점퍼와 모자를 쓰고 왔다. 걷다가 더웠는지 동생에게 준다. "넌 옷을 왜 동생에게 주는 거야?"하고 물으니 큰아이가 "동생 옷걸이에 잠시 걸어둔거에요."한다. 그렇게 동생은 오빠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쓴다.
남산타워 전망대에 오르니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서울 축소판처럼 작게 보였다. 우리 집은 어디쯤일까?하고 찾아본다. 청와대는 어디 있고, 63빌딩,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저기 어디쯤이겠지?하고 말해준다. 남산타워 전망대는 처음 올라갔다. 20년 전쯤 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남산을 갔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구경하고 내려와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전망대는 아버지가 안 가도 된다고 해서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께 "저희 남산타워 놀러 왔어요."하고 카톡을 남겨본다. 아버지는 남산타워에 갔던 그 옛날의 한조각 퍼즐을 기억하고 계실까? 궁금하다.
두 남매는 둘이 있으면 길거리에서도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둘이 죽이 척척 맞는 남매다. 시청역의 빨간 벽돌을 보더니 해리 포터에 나오는 곳 같다고 한다. 갑자기 쌩~하고 달려가더니 벽에 꽝!! 부딪힌다. 마법이라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인가 보다. 5살의 순수한 아이들처럼 둘이 웃는다. 이렇게 사이좋은 남매를 볼때면 감사함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사랑의 자물쇠가 정말 많았다. 채워진 자물쇠를 보면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고, 사랑, 약속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순수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 많은 자물쇠의 열쇠는 다 어디에 있을까? 열쇠만 모아도 한 트럭 될 것 같다."고 했다. 자물쇠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기에 따듯하기도 했고, 서로 약속했던 그들은 잘 살아가고 있겠지?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본 것은 처음이라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첫째는 올해 친구들과 남산을 왔었다. 그때 먹은 돈가스가 정말 맛있었다고 했다. 남산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와 구경하다 보니 2시가 넘었다. 아이들에게 "돈가스 먹을까?" 물어보니 좋아한다. 근처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남산에 왔으면 남산 돈가스 원조에서 먹겠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정말 배고픈데 말이다. 올라올 때는 버스가 타워 앞까지 데려다줬다. 돈가스 집은 셀 수도 없는 계단을 내려가야했다. 계단을 너무 많이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남산 돈가스 가게에 도착했다. 허름한 곳인데도 사람들이 엄청 기다렸다. 남편과 결혼해서 줄 서서 밥을 먹은 적이 없다. 근데 줄을 서서 먹겠다고 한다. 수프가 나오고, 돈가스가 금방 나왔다. 옛날 왕돈가스였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추억의 왕돈가스였다. [맛은...] 가족과 가을 소풍으로 배터리 충전 100% 완료되었다. 배터리 충전으로 또 우리는 삶의 축복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