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중요성

by 박지현Jihyun Park

[런던에서 만난 음악의 조각 – 헨리 퍼셀, 그리고 아버지]


영국에 살면서 나는 내가 제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바로 ‘정보’다.


북한을 떠나, 자유를 찾아 영국에 왔다.

이곳에 오고 나서야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얼마나 다양한 역사와 문화로 가득 차 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이 도시를 걷다 보면 모르는 이름과

처음 듣는 이야기들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역사적인 것, 특히 예술과 문화에 관한 것들은

나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낯섦 속에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배우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또 하나의 자유이고 기쁨이다.


오늘, 런던 시내를 걷다가

한 조각상 앞에 멈춰섰다.


그 인물은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년에 태어나 1695년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위대한 바로크 작곡가라고 한다.


조각상은 특별했다.

머리 위로 추상적인 형상이 솟아 있었고,

그의 음악처럼 복잡하고 상징적인 느낌을 풍겼다.

이 조각상은 Victoria Street 근처의 한 조용한 공원에 자리 잡고 있었고,

사람들은 바삐 지나갔지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퍼셀이 남긴 음악 중 하나가

**“Dido’s Lament”**라고 한다.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디도가 죽음을 맞으며 부르는 노래.


“When I am laid in earth, remember me, but ah! forget my fate…”


(내가 땅에 묻히거든, 나를 기억하되, 아… 내 운명은 잊어주소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 멜로디와 가사가

마치 오랜 시간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정 하나를 깨워주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북한에 홀로 묻혀 있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내가 기억 속으로만 돌아갈 수 있는 그 분에게,

이 오래된 음악은

내 마음 깊은 곳의 메시지를 대신 전해주는 듯했다.

언어도, 국적도, 시대도 달랐지만

그 슬픔과 사랑의 마음은

경계를 넘어 내 가슴에 그대로 닿았다.


이 조각상을 통해

나는 단순히 한 명의 작곡가를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음악이 어떻게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를 배웠다.


역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다.


나는 아직 많이 모르지만

이제부터 하나씩

내 발걸음과 함께 천천히 배워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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