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yrinth Umbrella (레버린스 엄브렐라)

책 리뷰- 조아라 장편소설

by 박지현Jihyun Park

Labyrinth Umbrella (레버린스 엄브렐라)- 조 아라 장편 소설


오랜만에 한국어 책을 밤늦게까지 읽었다.

북한에서 태어난 우리에게 책은 정말 소중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는 책도 있었지만, 늘 국가가 정해준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책을 손에 잡으면 부뚜막에 앉아 벌건 불빛을 이용해 새벽까지 읽곤 했다. 전기가 들어오는 날이 드물었기에 주로 기름을 태운 불빛이나 카바이드 불을 사용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콧구멍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지만, 책을 읽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 카바이드: 석회석(칼슘)과 탄소를 고온에서 반응시켜 만든 화학 물질로, 겉모습은 회색 돌맹이처럼 보인다.

• 주로 탄광에서 폭발용으로 쓰이는데, 전기가 없을 때 등불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귀한 자원이었다.


책을 받아든 순간, 표지에서 풍기는 묘한 기운 때문에 ‘이 책에는 분명 비밀이 숨어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비 오는 날, 미로 같은 성 앞에서 마주친 두 개의 우산.

책 제목처럼 “미로” 와 “우산”이라는 독특한 상징을 통해 인물들의 만남과 관계가 그려진다. 영국이 배경이어서 인지 나에게는 자석처럼 더 강하게 끌려왔다.


나는 보통 장편 소설보다는 역사책을 선물로 받아왔기에, 이번처럼 장편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초 한국에서 받은 『인간의 본질』, 『집단 착각』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감회가 새롭다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영국에는 아름다운 성이 많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성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리셔 성이다. 웅장한 공간,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구조 속에 서로 다른 야심과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여기서 ‘우산’은 단순히 비를 막는 도구가 아니다. 각자의 삶의 방식, 그리고 마음에 감춰둔 벽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우산을 쓴 사람들이 어떻게 각자의 미로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나의 길을 찾아가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스코틀랜드는 나에게 가까운 곳이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편입되기 전, 조국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 중 에서 몇 페이지만 언급 한다면


176 페이지

”네, 마녀의 역사에 대한책 이에요. 책에서는 , 마녀라고 불렸던 여자들은 주술이나 마법을 사용했지만, 실제로 그 주술이나 마법은 특정한 효과나 힘이 없었음에도, 효과나 힘이 있을 것 이라고 믿는 그 믿음과 오해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키고 , 그런 여자들은 금기시하게 되었다고 분석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 어떤 일 자체의 본질보다 그 일은 어떨것이라고 믿는 인간의믿음이 많은 일을 일으키고 결정하죠.“


”신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이겠죠. 신이 인간에게 마법처럼 어떤 일을 하기보다 그 일을 바라며 믿는 인간의 믿음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걸 수 도 있죠. 신은 그 믿음에 응답하는것이고.“


“믿음. 그러나, 인간은 믿은 대로 되지 않으면 그만큼 더 절망하게 되 죠. 인간이 바라는 모든 것을 신이 이루어줄 리는 없지만, 적어도 신을 믿고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묻는 기도에 대한 답은 신이라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나, 살 아 있을 의미도 찾지 못한 채 불안정하게 떠돌 뿐인 인생은 쉽지 않으니 까. 신 앞에 모든 인간의 삶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거겠죠. 목자가 모든 양을 완벽하게 돌볼 수 없고, 그가 이끄는 양의 무리에서 탈락하고 떨어 져 나가는 양들도 있는 걸 테고요.”


178페이지


“예수님은 그 당시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분이셨어요. 사람들이 눈길 도 주지 않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나, 약하고 아픈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시고, 당대의 보편적 가치보다 그 반대의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 하셨죠. 다르다는 건 그만큼 더 넓은 지평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는 의미도 돼요.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면 그 안에만 머 무를 수밖에 없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차 있어요. 남들과 똑같이만 생각하면, 그런 세상을 제 대로 이해할 수 없겠죠."


“남들과 다르다는 건 축복일지도 몰라요. 예수님이 그러셨듯. 다름으 로 인해서 절망하고 고통스러운 일도 생기지만, 하느님은 다르게 태어 나게 한 만큼 그걸 딛고 설 수 있는 힘도 주실 테니까. 다른 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만큼 하느님에게 중요한 사람 인 거죠. 그 만큼 사랑 받고 있다는 의미에요. 하느님은 예수님이 다름으로 인해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도, 누구보다 사 랑하는 예수님을 인간으로 우리에게 보내셨던 것처럼. 예수님은 고통받 으셨지만, 고통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셨죠.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가르침을 전하고 행하셨고, 부활하셨고, 그 후에도 그의 이야기가 이어져서 우리에게까지 닿아있는 거죠."



263 페이지


“자신의 개인적 사랑을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통해 국가가 유지되고 그 나라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겁 니다. 외교 대사였던 당신의 양아버지도, 아버지로서 당신 곁에서 당신 을 사랑하며 살기 보다, 스코틀랜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당신을 여 왕의 자리에 올린 거겠죠. 그런 당신 아버지의 사랑은 문제적이고 의미 가 없는 사랑입니까? 사랑의 형태는 당신이 말한, 서로의 곁을 지키며 사랑하는 그 형태만 있는 게 아닙니다. 홀로 서서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 고, 그 고통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을 지키는 것 역시 사랑입 니다. 가슴 따뜻해지고 서로를 웃음을 짓게 하는 그런 철없는 사랑이 언 제까지 갈 것 같습니까. 그 사랑이 끝나면 남는 건, 사랑을 하는 동안 사 랑에 미쳐서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현실뿐입니다. 그 현실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Labyrinth Umbrella” 는 잔잔한 감성과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다.


특히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으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책을 읽은 뒤 나는 우산의 상표 하나도 새롭게 보게 되었고, 길에서 우산 가게 간판을 볼 때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책 제목을 곱씹으며 떠올렸다. 서로 다른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면,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아마 행복이 가득한,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곳이 아닐까.


국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로 다른 우산을 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나라라면, 그 나라가 그들을 이끄는 길은 오직 하나, 누구도 빼놓지 않고 기본적인 권리를 품을 수 있는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이 소설은 우리 삶이 향하는 그 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책 링크 https://m.yes24.com/Goods/Detail/1265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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