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숨결이 바람이 될때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받아드리는 자세

by 박지현Jihyun Park

책 리뷰를 쓰기 앞서 이 책은 내가 선택한 책은 아니였다

딸이 꼭 읽어보고 싶은 책 이라고 올 초 부터 이야기 했는데 GCSE 시험으로 바쁜 날을 보내다 보니 방학이 되어서야 구입해 주었다.


그리고 주말 어느날, 방문을 닫아버린 딸은 초저녁부터 책을 읽더니 저녁 9시반이 되니 책을 끝냈다.


나와 아들은 책을 읽으면 스티커가 붙혀 있지만 딸내미 책은 항상 깨끗하다. 하지만 본인 메모를 책 안에 하고 있고 겉으로 삐죽히 나오는 것은 싫어한다.


나는 이 책을 3일에 걸쳐 읽었는데 밖에서 읽을땐 책 커버를 꼭 씌우고 다니기도 한다.


외과의사가 되고 싶은 우리 딸 꿈을 응원한다. 딸의 꿈이라고 하면 우리 딸을 아는 사람들이 문학과 역사학 쪽으로 갈것 같았는데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한다.


책 리뷰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삶과 인간 이해에 대한 성찰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신경외과 의사이자 말기 폐암 환자로서 그가 남긴 이 기록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게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을 이해한다는 일이 단순히 과학적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의사


우리는 흔히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 지식과 임상적 훈련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칼라니티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그는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특히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을 다루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문학과 역사, 철학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문학적 기반이야말로 의사로 하여금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환자의 삶과 영혼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기 때문이다.


뇌: 장기이자 의미의 근원


칼라니티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은 단순하다. “뇌란 무엇인가?” 그는 생물학적 반응으로서 뇌를 설명하며, 우리가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희망을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결국 뇌라는 물리적 기관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뇌 속에서 의식과 사고가 일어나며, 바로 그것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쓴다:

“What were our brains doing otherwise? Though we had free will, we were also biological organisms. The brain was our organ, subject to all the laws of physics, too. Literature provided a rich account of human meaning: the brain, then, was the machinery that somehow enabled it. It seems like magic. What makes human life meaningful? Neuroscience laid down the most elegant rules of the brain.”


이 구절은 칼라니티의 이중적 시선을 잘 보여준다. 신경과학은 뇌의 작동 원리를 정교하게 설명하지만, 문학은 그 뇌가 만들어내는 인간적 의미를 드러낸다. 신경외과 의사는 단순히 조직을 수술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인간의 기억과 성격, 자아에 개입하는 존재이므로, 기술적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문학과 철학을 통해 내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에게 문학이 필요한 이유


칼라니티는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기술적 능력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찾았다.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하는 것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환자의 기억, 성격, 자아와 직결된 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의사는 탁월한 수술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내 생각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인간 경험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

문학은 병리학적 데이터가 말해주지 못하는 환자의 고통과 희망을 보여준다.

2. 공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

환자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삶을 가진 사람이다. 문학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환자의 내면에 공감하는 힘을 길러준다.

3.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기 위해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하지만, 환자가 죽음 앞에서 묻는 “왜”라는 질문에는 문학과 철학이 필요하다.

4. 전체적인 치유를 위해

의학은 몸을 고치지만, 문학은 환자를 인격체로 바라보게 한다. 의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


나의 경험과의 만남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북한을 두 번 탈출했고, 지금은 운동가로서 같은 탈북자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듣는 일을 하고 있다. 같은 언어와 배경을 공유하지만, 나는 ‘듣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상처와 두려움에 공감해야 했다. 때로는 그들의 절망에 압도될 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칼라니티가 말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문학과 철학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내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를 뇌과 의사로 이끄는 과정이 되었으며, 그 과정을 이어가기 위해 그는 우선 역사, 철학,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그것들이 철학의 도덕성과 문학에서 어디에서 교차하는지를 고민했다.


I studied literature and philosophy to understand what makes a life meaningful.


Psychological–Spiritual.


Where did biology, morality, literatures, and philosophy intersect?


문학과 철학은 내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온전히 듣게 해주었고, 스토아 철학 같은 철학은 무거운 현실을 견디는 내적 힘을 주었다. 칼라니티가 의사로서 문학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나 역시 활동가로서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마무리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의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좋은 의사, 그리고 좋은 청취자이자 동행자가 되려는 모든 사람은 단순히 몸을 치료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