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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05. 2023

『엣지 오브 투마로우』처럼 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기

당신에게 하루의 자유 시간이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일주일의 자유 시간이 있다면? 한 달의 휴가를 받는 다면? 1년이 생긴다면? 영화『사랑의 블랙홀』이나 『엣지 오브 투마로우』처럼 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사랑의 블랙홀』은 보지 못했지만 『엣지 오브 투마로우』는 재미있어서 두 번이나 봤다. 나에게 만약 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난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눈을 뜨면 다시 똑같은 그날의 아침이다. 같은 방, 같은 침대, 같은 자세로 내 옆에 잠들어 있는 사람. 매번 잠들고 깨어나면 이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번 그날에는 '이건 분명 아직 깨지 않은 꿈일 거야'라는 마음에 다시 잠을 청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이번 아침은 휴대폰 알람을 듣자마자 이불 밖으로 나와 맥북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생일에 선물 받은 '허먼밀러 뉴에런'의자가 나에게 빨리 와서 앉아보라는 듯 나를 반기다. 비싼 의자라 그런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너무 편안하다. 맘에 든다. 의자에 앉아 맥북을 켜고 다시 휴대폰으로 인스타를 들어간다. 몇 번이고 다음에는 아침에 인스타를 안 켜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자고 일어나면 바보처럼 마법에 걸린 듯 인스타앱을 누르고 있다. 내가 공방에서 월넛 원목으로 손수 만들어온 책상에는 아이맥도 자리 잡고 있다. 집에서는 아이맥으로 일을 하고 맥북은 돌아다니면서 사용할 목적이었지만 이상하게 아이맥보다 맥북이 편하다. 맥북이 켜졌다. 매번 똑같은 메일들을 확인하고 다음번에 눈을 떴을 때 이날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먼저 처리한다. 내가 만든 책상에는 블루투스 스피커도 내장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성시경 노래를 틀고 주방으로 가 아내가 직접 볶은 커피를 전동 그라인더에 넣고 휴대폰으로 나의 지난번 캐글 등수를 확인한다. 어김없이 2등이다. 오늘이 아니라 딱 2주일만 더 전으로 돌아갔다면 1등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아쉽다. 한 손엔 커피를 한 손엔 e북 리더기를 들고 2층에 있는 테라스로 향한다. 우리 집은 테라스에서 바다가 보이는 2층집이다. 아침에 테라스로 나오면 나지막한 파도소리가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30번까지는 오늘이 몇 번째 반복인지 세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까먹었다. 그래서 언제가 찾아올 내일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소 책 읽는 걸 그리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이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책 읽기이다. 처음에는 자기 개발서를 읽었는데 최근부터는 에세이나 소설을 읽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9시 45분이 되면 아내가 내뒤로와 백허그를 하면 아침 인사를 한다.

"굿모닝"

몇 번은 확 뒤돌아 아내를 놀라게 해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모른 척 가만히 있는다. 벌써 몇십 번은 받은 백허그이지만 여전히 좋다. 아침인사를 하고 아내도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내려간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220p까지 읽었다. 다음번 오늘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리더기와 컵을 들고 아내가 있는 주방으로 간다. 컵과 리더기를 식탁 위에 놓고 나는 아침 준비를 한다. 우리 집 요리사는 나다. 아내는 커피잔을 들고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지난번 프랑스 여행 때 사온 챠콜블루 베이스에 흰색 꽃이 자수 넣어진 예쁜 식탁보와 아내가 입고 있는 옅은 하늘색 잠옷이 잘 어울린다. 뭔들 안 어울리겠냐만은. 아침준비가 끝나가면 아내가 작은방으로 가 잠자고 있는 우리 공주님을 깨워서 데리고 나온다. 올해로 만 4세로 아내를 닮아 세상 사랑스럽다.

"아빠~!!"

하며 달려와 요리하고 있는 나의 한쪽다리를 와락 끌어안는다. 반복되는 이 하루가 그나마 가장 좋은 점은 하루가 다르게 커버리는 딸이 그 모습 그대로 나와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나 혼자 기억하는 추억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들은 늘 소중하다. 그래서 오늘도 다 같이 여행을 갈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좋은 게 생각보다 갈 곳이 많다. 그리고 차만 있으면 제주도나 울릉도가 아니고서야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다 같이 앉아 식사를 하며 오늘은 어디로 놀러 갈지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 오늘에는 남원으로 놀러 갔다. 나는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우리 공주님 어디로 놀러 가고 싶어?"

그러면 딸아이도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엄마가 가고 싶은 곳!"

그러면 내가

"어디로 갈까 그럼?"

하고 웃으며 물으면 아내는 다시 웃으며 나에게

"자기가 가고 싶은 곳!"

이라고 대답한다. 오늘도 여행지는 내가 골라야 하는구나... 다행히 나도 아내도 P라서 이런 즉흥 여행에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공주님도 우릴 닮아서 분명히 극성 P일 것이다. 오늘은 공기 좋고 조용한 계곡으로 가야겠다. 주변에 자그마한 사찰이 있는.

아내도 나도 무교이지만 자그마한 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맑은 고요함을 둘 다 좋아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먼저 외출 준비를 끝내고 차고로 간다. 나의 드림카 레인지로버! 남자는 역시 suv 지!

차색은 고급스러운 골드브라운이다. 그래서 차 안의 시트와 핸들도 우디 하게 다시 다 튜닝했다. 아내는 저게 기본 옵션인 줄 알고 있는데 나중에 들키면 등짝한대 맞을 각오는 하고 있다....

차고 문을 열고 차에 앉아 시통을 켜고 마당에 다시 차를 세워놓고 있으면 정확히 11시 22분에 아내와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나온다. 신기한 게 매번 같은 하루이지만 여행지가 달라지면 아내와 아이의 옷도 바뀐다. 아내는 오늘 따듯한 봄날에 어울리는 흰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왔고 딸아이는 병아리처럼 노란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매번 반복되는 오늘이지만 매번 같지 않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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