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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10. 2023

어느 날, 내 일상에 공황이 찾아왔다 3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정신건강 스타트업 코파운더 공황 극복기

나는 정신건강 스타트업 파운더이다.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바일앱을 만들고 있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다급한 친구의 목소리 

"구급차 부를까!?"

3초 정도 고민을 했다. '구급차까지 불러야 할까?' 그 길지 않은 고민 끝에 

"어어.. 구급차 좀 불러줘"

도저히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려고 하면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또 속도 메스꺼워 토할 거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어서면 빈혈이 오는 것처럼 눈앞이 자꾸만 어두워지고 정신을 놓을 거만 같았다. 그렇게 복도에 엎드린 채 한없이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만 눈이 감기려고 했다. 뒷목도 점점 뻣뻣해지는 게 느껴지고 내가 여기서 정신을 놓고 눈을 감아버리면 죽을 거만 같은 느낌이 들어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잡으려고 애썼다. 나는 지금 죽을 거만 같은데 구급대원이 오지 않자 조바심도 나고 불안해서 친구에게 왜 이렇게 안 오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도 되물으니, 전화한 지 5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체감으론 이미 20분은 더 지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복도에 엎드려 정신줄을 휘어잡고 한없이 구급대원이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가 나고 구급대원분들이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우선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고, 난 일어서면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또 혈압이 오르는듯한 느낌이 나서 일어나는걸 계속 거부했다. 친구가 상황설명을 해주는 동안 구급대원들이 나를 들것에 눕혀 구급차로 이동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요일 오후 3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급차를 타고 이병원 저 병원을 왔다 갔다 하다 결국 '강북삼성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나의 바이탈을 체크하는데 최고혈압이 170 이상에, 열도 38도를 넘어서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구급차에 누운 채로 응급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는 한참 코로나가 유행하고, 또 조심스러운 시국인지라 병원 응급실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열이 있는 환자는 격리실로 가야 했기에 격리실 자리가 날 때까지 계속 구급차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구급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친구의 전화를 받은 엄마가 도착했다. 나는 지금 매우 심각하고 죽을 거만 같은데 친구와 엄마, 두 사람은 의외로 의연해 보였다. 이때 나는 입으로 계속 짧은 호흡을 하다 보니 입이 마르고 목이 너무 말랐다. 그런데 또 물을 마시면 토할 것만 같고 또 물을 삼키는 그 짧은 시간 나의 호흡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무서워서 물도 제대로 마실수가 없었다. 그러게 짧은 호흡을 반복하다 과호흡증상이 오고 말았다.

"저 잠깐만요!! 숨이 안 쉬어져요 죽을 거 같아요!!!"

나는 점점 숨이 안 쉬어지고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지자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나의 옆에 앉아 있던 구급 대원분이 나의 손을 무심히 잡더니

"지금 몸에 산소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과호흡이 온 거니까 천천히 숨을 끝까지 코로 들이마셨다가 다시 천천히 끝까지 숨을 내뱉어 보세요. 지금 몸에 산소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진정되지 않은 마음으로 일단 구급대원이 시키는 대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가도 숨을 너무 천천히 쉬다가 숨이 멎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과호흡 증상이 오면서 나의 최고혈압은 순간 190까지 치솟았다. 불안한 마음에 심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시 과호흡 증상이 나타났다.

"또 숨이 안 쉬어져요 의식 붙잡고 있기가 너무 힘들어요. 죽을 거 같아요!!"

나의 다급한 외침에

"지금까지 한 번도 과호흡으로 죽은 사람 못 봤습니다. 그거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다시 천천히 심호흡해 보세요."

무덤덤하게 무심한 듯 '안 죽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호흡이 진정이 되고 혈압도 다시 떨어졌다. '그래 사람이 쉽게 죽지 않겠지. 천천히 심호흡해 보자' 이때 이미 해는 저물고 하늘색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구멍으로 뭔가가 넘어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목젖이 떨어진 거 같아요!"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입으로 숨을 쉴 때마다 뭔가가 대롱대롱 흔들리며 기도를 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급대원분이 나의 입안을 살펴보더니

"지금 목젖이 엄청 부었어요. 입이 마르면 그럴 수 있으니 물드시고 코로 심호흡하세요"

또 아무것도 아니라는듯한 덤덤한 말투.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나의 목젖 좀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봤더니 목젖이 평소 3배는 부어있었다. 이제는 입으로 숨을 쉬려고 해도 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구급차에서 5시간 넘게 누워있다가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구급차로 간호사분이 오셨고 나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응급실 격리실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어느 날, 내 일상에 공황이 찾아왔다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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