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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Aug 02. 2023

마음이 듣는 노래

위로가 되는 멜로디

당신은 멋 훗날 스치듯 들려오는 멜로디에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가 있나요?



귀로는 매미소리.

코로는 습한 초록의 냄새.

피부로는 뜨거운 태양의 온기.

눈을 감고 있어도 어느 계절임을 느낄 수 있는 요즘, 내가 더위를 피해 숨어 있는 곳이 있다. 내가 좋아라 하는 노래가 하루종일 흘러나오는 내방. 기분이 어떻든, 내가 슬프든, 행복하든, 힘든 시간을 마주하든, 음악은 내 방 벽 안에서 나의 피난처가 된다.


나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사가 좋은 노래를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작사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가사를 썼는지, 가수는 어떤 마음으로 이 가사를 목소리로 뱉어내는지 계속 듣게 된다. 같은 노래를 몇 시간이나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내가 스스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감정을 전달해 주는 노래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가사와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가 어우러진 노래는 슬플 땐 위로가 되고, 기쁠 땐 힘이 되고, 힘들 때는 나를 감싸 안아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 노래들은 단순한 선율을 넘어, 음표 안에 얽힌 기억을 담고 있다.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를 듣는 순간,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던 그때의 기억으로 나를 데려간다.


내 휴대폰 음악 플레이어 속엔 1000곡의 노래가 있다. 억지로 채운게 아니라, 최대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노래 수가 1000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로 밀려 지금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노래도 많다. 나는 흔히 'top100' 같은 차트에 있는 노래를 듣지 않는다. 물론 내 플레이 리스트에 차트 안에 있는 노래도 있겠지만, 차트와 상관없이 내 감정이 울려 퍼지는 노래에 끌린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가수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좋았던 가사를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서 듣곤 한다. 


이 1000곡의 노래 중에 내가 최소한 20번 이상 듣지 않은 노래는 없다. 그리고 300곡 이상은 가사를 다 알고 있는 노래들이다. 신기하게도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외우려고 해도 하루에 20개의 영어단어도 잘 외워지지 않았는데, 노래 가사들은 20년이 지난 노래여도 선명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서일까?


가사가 아무리 좋아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 노래들이 있다. 노래에는 감정이 실려 있어서, 가사가 좋고 가창력이 좋아도 감정 없이 부르는 노래는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내가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는 노래만이 나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 그래인지 요즘 노래보다 예전에 노래가 더 좋다. 오늘도 나는 내방 책상에 앉아 향수에 잠기는 노래로 나를 달랜다.




나에게는 

울고 싶은 날에 듣는 노래,

신나는 날, 설레는 날에 듣는 노래,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날에 듣는 노래들이 있다. 

오늘  내 방을 가득 채우는 멜로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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