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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05. 2023

어느 날, 내 일상에 공황이 찾아왔다 1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정신건강 스타트업 코파운더 공황 극복기

나는 정신건강 스타트업 파운더이다.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바일앱을 만들고 있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심리상담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9월 12일 추석연휴 마지막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난 그때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추석이라 부산에 있는 할머니댁에 내려왔었다. 저녁에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할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같이 드라이브도 가고 맛있는 점심도 사 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밤 10시 우리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친구 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친구를 태우고 서울에 있는 친구집으로 출발을 했다. 내비게이션상으로 약 4시간 30분 거리다. 20분 정도 운전을 해서 한참 도로 위를 달리던 중 조금씩 시야가 불편한 게 느껴졌다. 

'왜 이러지...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차를 세워야 하나...?'

운전을 하다 가끔 피곤해서 머리가 멍하면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고 좀 피곤한 거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날도 그런 날이겠거니 하고 빨리 서울로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다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시야가 집중이 되지 않고 초점을 맞추는데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로 했다. 무더운 한여름 정오에 쪼그려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눈앞이 핑~돌면서 어지러운 바로 그 느낌처럼 시야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울까 했는데 바로 뒤에 덤프트럭이 따라오고 있었고 또 밤이었고 연휴 마지막 날이라 차도 많고 해서 갓길에 차를 세우는 것도 불안했다. 괜히 세웠다가 사고 날 거 같은 느낌. 내비게이션을 보니 3km만 더 가면 졸을 쉼터가 있었다.

'저기까지만 버텨보자!'


가까스로 졸음쉼터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니 손과 발이 떨리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친구에게

"몸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피곤해서 그런가... 시야가 집중이 잘 안 되네"라고 말했더니

"그러니까 낮에 푹 쉬라니까~! 피곤해서 그런 거 같은데?"라고 친구가 대답했다.

내 몸이 이상한 이유에서 우리 둘 다 '피곤해서' 말고 다른 이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피곤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졸음쉼터에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다시 15분 정도 지났을까?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아가 집중이 안되고 손발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아 몸이 자꾸 왜 이러지.. 아무리 피곤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다시 다음 졸음쉼터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가까스로 운전대를 잡고 졸음쉼터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호흡도 편하지 않았다. 명상을 하면 좀 괜찮아 질까 하는 마음에 우리 회사에서 만든 명상 어플을 열고 15분 동안 앉아서 명상을 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진 거 같았다.


그렇게 다시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지만 역시 그냥 기분 탓이었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좀 쉬다가 운전을 하면 처음 10~15분 정도는 괜찮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몸의 이상이 찾아왔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전대를 친구에게 넘겼다. 친구는 면허를 딴지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고 면허를 딴 뒤 30분 이상 운전을 해본 적도 없었고 고속도로 운전도 처음이고 밤운전도 처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30분, 내가 15~30분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하다가 나중에는 친구 혼자서 비 오는 날 새벽에 초보운전이 서울까지 운전을 해서 갔다. 아마 3시간 이상 운전을 했을 거다.


친구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조금 안된 시간. 새벽 시간대가 아니었으면 친구집에서 우리 집까지 1시간도 걸릴 수 있는 거리였지만 이 시간이면  20~25분이면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리를 부르려고 했는데 4만원이나 나오는 걸 보고 돈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내가 운전해서 가려다가 '아 괜히 4만원에 목숨 걸지 말자' 하는 생각에 대리를 부르고 집으로 갔다.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누울 때 까지도 나는 내가 단지 피곤해서 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느날, 내 일상에 공황이 찾아왔다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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