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깻잎을 싫어한다. 아니 그랬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농사를 지었다. 메인은 벼농사였지만 깻잎농사도 크게 지었다. 그 넓은 밭을 할머니와 어머니 단 둘이 고생하며 농사를 지으셨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넓은 마당에 깻잎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한 50장 정도 깻잎을 겹치게 포개어 볏짚으로 묶은 그 묶음이 마당 한가운데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럼 줄기 쪽을 칼로 잘라 일정하게 하고 성인 4, 5명이 들어갈 큰 다라이안에 차곡차곡 쌓는다. 그리고 소금을 뿌린다. 결국 깻잎을 소금에 절인다. 그럼 깻잎 절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더운 여름 고생해서 절인 깻잎은 중간 유통업자가 와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값을 깎아 가져갔다. 그때 할머니와 어머니의 처진 어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고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그때 그 할머니의 새까만 손톱도 깻잎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 중 하나다.
그래서 나는 깻잎을 싫어했다. 사실 고기 먹을 때 풍미를 좋게 해 준다는 것은 알긴 했지만 깻잎만 보면 예전 가슴 아린 기억들이 떠올라서 나 스스로 나는 깻잎을 싫어한다고 단정 짓고 살았던 것 같다.
몇 주전 아내가 해준 깻잎 순 무침
작은 깻잎은 예전 내가 잘랐던 손바닥만큼 큼지막하지 않아서일까? 그런 거부감은 없었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들깻가루까지 넣어 만든 이 무침은 참 맛있었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의 처진 어깨도, 그 유통업자의 횡포도 이제는 그저 아련한 옛 추억쯤 된 듯하다. 할머니의 까만 손톱도 마당 한가운데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깻잎들도 이제 어쩌면 그리운 옛 추억쯤 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