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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감독

by 윤부파파

기사 필기시험 감독을 다녀왔다. 예전에는 종이 시험지에 볼펜으로 시험을 치렀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서 시험을 본다.

예전에 감독을 오면 나눠줄 것도 많고 설명할 것도 많았지만 이젠 다 방송을 통해 진행되고 나는 조금만 거들어주면 된다. 보통 동일 종목의 시험을 한 시험장에서 치르기 때문에 부정행위도 철저히 감독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응시하기에 한 시험실에 다양한 종목의 시험을 본다. 설령 같은 종목이 있어도 문제의 순서가 다르다.

시험지 매수를 세아리고 나누어주고 인쇄상태를 확인해달라, 흑색 볼펜만 사용해달라 라는 등의 안내도 필요없다.

시험지 넘기는 소리나 볼펜, 연필의 쓱삭쓱삭 필기 소리도 사라졌다. 그저 마우스 딸깍 소리만 고요한 시험실 안에 울려 퍼질 뿐이다.

기사 시험의 경우 보통 3시간 정도 시험 시간이 부여된다. 어떤 이들은 문제유형을 파악하고 일찍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고, 진득하니 3시간을 알뜰히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하나 같이 진지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예전 종이 시험을 치를 때는 볼 수 없었던 수험자의 눈빛이다.

이런 눈빛들을 3시간 동안 보고 있으면 그분들이 그동안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공부해 왔는가 알 수 있다. 그러면 나도 무언가 시험을 준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그런 생각도 잠시 마지막 수험자가 퇴장하면 가뿐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런 생각들도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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