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사서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교에는 다양한 과목을 가리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혹시 내가 다른 과목을 맡았다면 하는 상상을 해볼 때가 간혹 있다.
그중 체육선생님, 간혹 날 보고 체육선생님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기도 하다. 체육 선생님이 가장 부러울 땐 무더운 여름이다. 암묵적으로 반바지 차림이 허용된다. 뜨거운 태양 볕에 선글라스나 캡 모자도 출퇴근복으로 어색하지 않은 과목이다. 하지만 보통 학교 학생부 업무를 도맡아 하는 분위기가 있기에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학생지도가 워낙 힘들다 보니 학생부 업무는 기피대상 1위다.
사서 선생님은 보통 수업이 없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고 쉬는 시간이 곧 수업시간이다. 고등학생들은 보통 50분 수업을 하고 10분을 쉰다.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시간은 대부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기에 사서 선생님에겐 쉬는 시간이 수업시간이며, 수업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다. 하지만 도서관 업무는 굵직굵직하다. 도서관 리모델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그것도 참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업무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모든 학교에 사서 선생님이 계시지 않다는 점도 있다. 그래도 책 속에 파묻혀 교직생활을 한다라... 낭만적이다.
다음은 양호선생님. 양호선생님의 장점은 개인적으로는 떠오르지 않는다. 수업시간은 학생들에게 작은 아픔도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아마 수업시간 양호실을 찾는 학생은 30학급이라면 5명 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진짜 아픈 친구들도 있지만 조금 아픈데 겉으론 크게 아픈 친구들도 있으니 현명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코로나 시절 보건 업무는 학교 내 탑을 찍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양호선생님은 아니다. 그래도 보통 양호 선생님은 수업이 없거나 시수가 매우 적다.
기타 국어, 수학, 영어 선생님은 그렇게 썩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매리트가 없다. 일단 그쪽 전문지식은 내 머리에 탑재되기 힘든 류에 속하며 꼼꼼하지 못한 나는 아마 많은 학급의 수업을 들어가는 보통 교과 특성상 아마 진도도 뒤죽박죽, 수행평가도 꼼꼼하게 못할 것이다.
미술선생님.
일단 미술선생님은 어딜 가나 딱 표가 난다. 개성이 매우 강하시다. 옷을 입는 것부터 남다르다. 자유분방함은 덤이다. 나에게 미술적 재능이 있었다면 정말 나는 미술선생님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나에게 미술적 재능은 1도 없다. 무언가 외우고 공부하는 것보다 손을 쓰고 몸을 쓰는 것이 나에게 맞다. 그런데 미술은 뭔가 매력적이다. 사람의 기분은 글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면 조금 더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선생님.
음악선생님은 회식자리에 가면 노래를 꼭 시킨다. 음악도 세부 전공이 분명히 있다. 피아노, 성악, 바이올린 등... 그런데 음악 선생님은 무조건 노래를 잘한다는 편견이 있다. 그 점에 있어 나는 이제 노래를 빼지 않고 비장의 무기 한두 곡쯤은 보유하고 있으니 패스. 학창 시절 음악시간이 정말 싫었다. 미술과 더불어 예술적 분야에 재능이 없었고 무엇보다 숫기가 없던 나에게 학급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수행평가는 정말 지옥 그 자체였다.
과학선생님.
대학교 시절 아주 잠깐 지구과학 부전공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한 학기도 되지 않아 그만두었지만 말이다. 지구과학을 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수능 준비를 할 때도 지구과학은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에 한 권씩 문제집을 풀어댔었다. 학교에 계신 과학선생님들도 전공이 따로 있다. 보통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뉜다. 학교별로 세부 전공별 TO가 정해져 있기에 학교마다 과학시간 분위기가 다를 것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엔 지구과학과 물리를 전공하신 선생님이 각각 계셨다. 그 당시 물리를 전공하신 분 과학선생님은 아마 그 당시 분명 매미의 울음, 공명에 대해 논문을 쓰고 계시던 것이 확실하다. 수업마다 매미 공명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래도 나도 요즘 아이들에게 매미 뱃속은 텅텅 비어있다고 아는 척을 하곤 한다.
반면 지구과학 선생님은 지질 동아리까지 만들어 지질 탐구를 하러 학생들과 열심히 다니셨다. 내가 지구과학을 전공한 과학선생님이 되었다면 천체 탐구반은 만들어 아이들과 밤마실을 다니며 별과 달을 관찰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