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설레는 단어 '데이트'
결혼 10년 차인 우리 부부에게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모님 댁에 가면 아이들 맡겨 놓고 데이트할까? 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그런데 요즘 우리 집 귀염둥이 둘째 입에서 데이트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우리 둘째는 정말 엄마 껌딱지다. 우리 집은 매일 엄마, 아빠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재우는데 오늘 엄마랑 자는 날인지, 아빠랑 자는 날인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우리 둘째다.
첫째는 정말 전형적인 남자아이처럼 놀기 바쁘고 공감 능력이 둘째에 비해 떨어진다. 속에 쨈이 들어있는 빵을 두 형제에게 나눠주면 첫째는 누가 달라고 할까 무서워 맛있는 부분을 재빨리 먹어치운다. 그런데 둘째는 시키지 않아도 쨈 있는 부분을 엄마 먼저 먹어보라고 권한다.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시키지 않아도 색종이를 가지고 와 좋아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응원 문구를 가득 넣어 엄마 화장대에 올려놓기도 한다.
솔직히 이런 둘째의 행동은 그렇게 샘이 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번 주말에 첫째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고 둘째는 휴강이라 프로그램이 없는 날이 있었다. 둘째는 아침부터 아빠는 집에서 쉬라고 엄마랑 가겠다고 한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둘째를 놀릴 겸 나도 따라간다고 하니 기겁을 한다. 엄마랑 단 둘이 데이트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른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다. 나는 데이트 상황이 궁금해 물어보니 둘째가 얼마나 남자답게 자기를 리드하던지 "나만 따라와.", "내 손잡아.", "이 꽃 예쁘지." 하는 말들로 아내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고 했다.
샘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