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학부모 책모임

16기, 꿈틀 그림책연구소

by 윤부파파


'숲, 생태, 그림책'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옆에 보면 금오유치원 글자 옆에 써져있는 글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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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이 문구가 오늘 따라 마음 속에 따스하게 와닿습니다.
정말이지 금오유치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숲과 생태, 그리고 그림책에 중점을 두고 잘 보살펴주시고 가르쳐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년전...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 우리부부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금오유치원에 보내겠노라 했었는데요.
주변 몇몇 분들은 금오유치원 졸업한 애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만히 앉아있질 못한다더라.
애들이 산만해진다더라.
공부는 안하고 놀리기만 한다더라.
한글도 떼야되고 영어도 수학도 해야된다.
걱정을 해주더라구요.

그런 걱정의 말엔 항상 아이들에게 국영수 같은 학습 보다는 재미있게 놀고 그림책 읽어주는 것이 먼저이고, 좋을 것이다. 얘기하고 흔들리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 잡았지만 가끔 불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7세 반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은 저의 마음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글귀 인듯합니다.
'숲, 생태, 그림책'

숲, 생태, 그림책... 세 단어에 대한 하고 싶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제가 그림책 공부 모임에 참가하며 느꼈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림책 중요하지
암.. 읽어줘야....

누구나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 또한 다들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책을 늘 곁에 두기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면 줄수록... 많다 못해 흘러넘쳐도 아쉬울 것이 없겠지요...

저 역시 아이들이 커가며 책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집에 책장이 늘고 책이 늘어가며 쇼파도 없어지고 티비도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더라고요.

잠자리에 아이들이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오면 괜히 심기가 불편해지고 재미있게 읽어주려는 노력은 커녕 대충 빨리 읽어주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면 괜히 미안해지고, 다음날 문득 '아!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책 읽어줘야겠다.',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야지.' 마음을 먹어도 그 마음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와이프가 '도서관이랑 친해져야 해.', '주말마다 도서관 가자.' 하면 집에서도 이렇게 읽고 이리 책이 많은데 무슨 도서관까지 가야하나 싶었지요.

그렇게 그림책에 대한 얇디 얇은 끈을 쥐고 이어오던 저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시기적절하게 찾아왔습니다.
'올해 시간도 많은데 그림책 공부 모임에 나가봐. 모집하던데 해봐.'
'나만 남자일걸.'
'뭐 어때 해봐.'

맥주도 한 잔 했겠다.
'다 똑같은 학부모인데 뭐 까짓것!'
바로 신청 댓글을 달았습니다.


'아마 또 다른 아빠도 신청할거야.....'

그림책 공부 모임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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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을 잃은 눈동자...
괜히 온건가 생각도 들고
나 때문에 괜히 다른 분들이 불편한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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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임에서 다루었던 모리스 레스모어 작가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
짧은 영상이 먼저 유명해지고 그림책이 후속으로 나왔고 그림책의 연속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 그림책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고?'

이건 마치
'된장찌게 흥 그까짓거 뭐 그냥 된장 넣고 물을 넣든 순서는 무슨 상관이야.'
'깍둑썰기 나박썰기 무슨 상관이야 호박이야 그냥 대충 썰어 넣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요리에 맞는 조리법이 있지요.

'호박전을 할 땐 깍둑썰기는 좀 그렇잖아요...'
'멸치국물 우려내고 멸치 건져내고 된장 넣어야죠....'
'미역은 참기름에 볶다가 끓여야 맛있어요...'

그림책도 물론 그냥 읽을 수 있지만 좀 더 괜찮은 조리법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임 꿋꿋하게 나와봐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두번째 모임은 그림책산책 이라는 곳에서 문해력을 주제로 수업을 듣고 숙제로 '온 세상을 노래해' 라는 책을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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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프레이지 라는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말라 프레이지 작가님의 그림책을 모조리 원서까지 빌려왔답니다.
(물론 아이들보단 저에게만 흥미가 있었지만...)

믿고 보는 드라마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믿고 보는 그림책 작가님이 생겼고 저만의 그림책을 대하는 방법도 생겨났습니다.

'재미있는 책, 작가님의 책 다 빌려오기!'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배꼽빠지는...
재읽기 요청이 쇄도하는...
그런 책들 있잖아요.

이런 책들의 작가님이 쓰신 다른 책들은 보통 실패확률이 적더라고요.

그렇게 도서관 출입이 잦아지고 그전에는 권수만 채워 빌려오던 것이 어떤 책이 재미있을지 고민하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리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재미있어 할만한 책을 심사숙고해서 빌려왔는데 말이죠...
억지로 읽혀도 보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그런데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저도 밥 먹을 때 가지랑 오이반찬엔 젓가락이 잘 안가더라고요...

그럴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을 때나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아침에 책을 거실에 늘어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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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열 중에 서너개는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거나 흥미를 가집니다.
아무래도 책장에 꽂혀 책등으로만 어필하기 보다는 책 표지로 어필하기가 아이들에겐 좋더라고요.

물론 좀 지저분한 거실을 감내하는 것은 부모의 몫...


그림책 읽어주기
무엇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가..

조금씩 조금씩 그림책 조리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던 중 마주하게 된 '낭독의 기술'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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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고 있습니다.
책 읽어주시는 부모님들은 다 알아요.
어떻게 읽어줘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몰입하는지...
하지만...
내가 책 읽어주기를 즐기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충 시간과 권수만 떼울 것이냐...
한 번 흥나게 신명나게 놀아볼 것이냐...

낭독의 기술 수업 덕분에 제 속 안에 있는 책 읽기 흥이 되살아났다고 해야할까요?

그전에도 아마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 숨어 있던...
문장부호 지켜주기, 여자·남자·괴물·공주 등 흉내내서 읽기, 몸짓·표정 섞어주기 등등...

도서관에 가서 낭독의 기술을 적용해 볼만한 여러 책들과 기존에 집에 있던 책들을 읽어줘봤지요...

오잉?

아이들은 푸하하하 호호호호 즐겁고
순간 제 팔뚝엔 닭살, 소름....
책 읽어주는 보람과 기쁨,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이 가슴 깊이 채워지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지겹고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기다려지고 어떤 책을 더 재미있어할까 좀 더 잘 읽어주고 싶은 욕심이 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그림책 읽어주기무엇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가..

그림책 모임 수료 미션
바로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심지어 짝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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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여름소리, 여우누이로 정하고 짝꿍과 호흡도 맞춰보고 집에서도 간간이 연습을 해봅니다.
읽어주기 당일 일정도 변경되고 합도 맞춰보지 못하고 얼떨결에 교실로 올라갔어요.

설레고 긴장되는 것도 잠시 아이들이 책 선생님 이름으로 삼행시도 지어주고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답니다.
(석석석 참 기발해�)

조별발표할 때 처럼 그림책 읽어줄 때는 어떤 정신으로 읽어줬는지 기억이 없었네요.
끝났다 라는 안도감.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더 잘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들어준 누리반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나와 안아주고 노래불러주고 뜻밖의 선물도 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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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편지와 꽃다발, 오이� 그리고 가지�
오이는 조금 싫어하고 가지는 정말 싫어하는데..
아이들에게 꼭 맛있게 먹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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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맛있게 무침으로 먹고, 가지는 사진은 없지만 볶음밥에 총총 썰어 넣어먹었어요! 정말 정말 진짜로!

그림책 공부 모임 수료식

간식에 진심이었던 그림책 공부모임 :D
마지막 모임으로 수료식도 하고 소감도 잠시 나누어봤습니다.
저에게도 그랬고 다른 분들도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새롭고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참으로 모임이 끝이라는게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제도 있어 살짝 부담도 되었지만 한편으론 기다려지기도 하고 다시금 공부하게 되는 것이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로써 그림책 공부 모임 첫 걸음을 떼던 날...
그림책이라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던 날, 그 걸음이 참 나에게 소중한 걸음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감을 나눌 때 얘기했었는데 올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그림책이라는 세상에 들어와보니 내 삶의 한 부분이 아주 밝은 노랑색으로 묽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오유치원 가자~� 그림책 보며 놀자~�

저도 모르게 요즘 흥얼거리게 됩니다.
그런 저에게 마음 속으로 스스로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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